오(吳)나라 의원(醫員) 일화는 흥미롭다. 동봉은 환자를 진료하고 나서, 중환자에게는 살구나무 3그루, 경환자에겐 살구나무 묘목 2그루씩을 주고 근처 산에다 심도록 했다. 환자들로서는 진료비를 내야할 판인데 진료비 대신 살구나무를 심으라니까 고마울 따름이었다.
몇 년 뒤 환자들이 한두 그루씩 심은 살구나무가 숲을 이루게 됐다해서 생긴 말이 행림(杏林), 즉 살구나무 숲이다. 이후 행림은 의원(醫員)의 미침이다.
오늘날 의원은 의사(醫師)로 불리워지고 있다. 의사는 고마운 존재다. 인간의 건강은 지켜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회적으로 존경도 받고, 노력한 만큼 돈도 많이 번다.
누구도 나무라지 않는다. 동본만은 못해도 인간의 건강을 돌봐주고, 사회가 건강해지는데 일조를 하고 있으니 당연하다.
그런데 사람의 건강은 의사만으로는 충족되지 않는다. 즉 약을 만들어내는 제약사와 양약을 조제 또는 판매하는 약사가 있고서야 조화를 이룬다. 옛날 약사는 주부(注簿)라고 불렀다. 조선시대의 주부는 내의원(內醫院)의 신분으로 종6품의 벼슬아치였다. 서민 의료기관인 혜민서(惠民署)나, 임금을 비롯한 왕실 가족의 건강을 돌보는 의원과 어의(御醫)가 처방을 내리면 주부가 조제를 해서 환자를 치료하기는 지금과 다를 바가 없었다. 따라서 양자는 불가분의 관계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의약분업이 실시되면서 두 사이는 또 다른 공생관계도 바뀌고 말았다. 처방 없이는 약을 팔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자연히 의사가 우위에 서게 되고, 약사가 하위에 선 꼴이 됐다. 이런 틈새를 노리고 끼어 든 것이 제약회사와 약도매상들이다. 용인과 평택의 모 종합병원 이사장은 특정 제약사의 약을 독점 공급해주는 대가로 수천만원과 수억원의 리베이트를 챙긴 혐의로 구속되고, 뇌물을 준 제약회사 간부도 입건됐다. 의사는 행림이기를 포기하고, 약사는 주부의 직분을 저버렸다. 피해는 국민의 몫이다. 이제 명의(名醫)와 신의(神醫)는 없어졌다. 오직 말없는 불신과 분노의 눈길이 행림계를 노려보고 있을 뿐이다.
이창식/주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