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추(西酋)’라는 말이 있다. 언론인 전택원은 지난해 말 출간한 철학서 ‘마음의 이슬 하나’에서 이 말을 소개하며 ‘서양추장’으로 풀이했다. 동학 2대 교주인 해월(海月) 최시형(1827~98)의 시에 나오는 신조어다. “해월은 ‘서추’란 말을 썼습니다. ‘인(仁)의 방패를 들고 예(禮)의 검을 들어 ’서추‘를 쳐내면 이런 장부가 없다’면서…. ‘서추’, 즉 ‘서양추장’이란 막상 서양엔 없습니다. ‘서추’는 서구화된 우리 자화상입니다.” 전택원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동학’(지금의 천도교)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수운(水雲) 최제우(崔濟愚,1824~1864)가 기독교와 유불선(儒佛仙)에 담긴 좋은 점만 가려내 ‘시천주(侍天主)’사상과 ‘인내천(人乃天)’으로 발효시킨 우리나라 종교라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수운이 ‘사람이 곧 하늘’이라며 동학을 만든 씨앗은 ‘도선비결(道詵秘訣)’에 있다고 못 박는다. ‘동학’은 신라시대 도선국사가 한반도 앞날을 글자 속에 꼼꼼하게 숨겨놓은 ‘도선비결’에 그 뿌리가 닿고 있으며, 수운이 이 세상에 나오자 천 년을 넘게 가만히 웅크리고 있던 그 뿌리가 마침내 싹을 틔워 ‘동학’이란 꽃을 피웠다는 것이다. 따라서 ‘도선비결’은 수운과 해월을 통해야만 비로소 풀린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왜 그럴까. 그는 “동학과 도선비결은 맞잡이라서 동학에 담은 진리의 길이 이 세상에 다시 펼쳐질 것임을 동학 스스로 다짐하고 있고, ‘도선비결’이 이를 예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경주 태생의 수운은 37세가 되던 1860년 4월 5일, 경주시 현곡면 구미산 아래 용담정에서 한울님으로부터 ‘무극대도(無極大道)’를 받는 결정적인 종교 체험을 한다. 한울님이라는 절대적 신이 다른 어느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몸에 주체적으로 모셔져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천도교에서는 이 해를 포덕 1년으로 삼아 햇수를 헤아리며(올해는 포덕 152년) 4월 5일을 ‘천일(天日)기념일’로 삼고 있다.
천도교 수장인 임운길(83) 교령은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 달 29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1920년대 중반 교인 수가 600만 명까지 늘어났던 천도교가 성장세를 멈춘 것은 우리 스스로 부족한 것도 있지만 우리의 것을 도외시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천일기념일’을 국가 공휴일로 제정해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정부 관련 부처에 보내는 한편 전국적인 서명 운동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