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는 각 나라별로 예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고유의 무예가 있다. 일본은 가라테, 닌자무예가 있고 중국엔 쿵푸, 태국엔 무예타이, 프랑스엔 사바트, 러시아엔 삼보 등의 무예가 있다. 우리나라에도 전통무예들이 있다. 태권도나 택견, 무예24기 등이 그것이다. 우리나라 무예 중 자타가 공인할 수 있는 무예는 조선시대 정조의 명으로 편찬된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24가지의 무예인 ‘무예24기’다. 이 책에는 각 무예의 기본 자세와 연속동작이 그림과 글로 설명돼 있어 일제시기를 겪으면서도 유실되지 않고 복원할 수 있었다.
무예24기는 삼국시대부터 전래돼오는 검법인 ‘본국검법’을 비롯, 가장 출중한 검법이라는 ‘예도(조선세법)’와 창술, 월도, 마상무예, 권법 등이 망라돼 있다. 따라서 무예24기는 우리나라는 물론 동양 무예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임동규 선생이 옥중에서 연구 복원에 힘을 쏟은 결과 지금은 이 무예를 수련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수원에 본부를 둔 무예24기는 현재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오전 11시 화성행궁 마당에서 시연되고 있어 국내외 관광객들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 홋카이도 노보리벳츠에는 에도시대의 거리와 문화를 재현한 다테 지다이무라(伊達 時代村)가 있다. 이곳에서는 매일 몇 차례씩 일본 닌자들의 무술을 스토리텔링해서 보여준다. 관람객들로 공연장은 항상 만원이다. 중국 정주에 있는 소림사에서도 무술을 매일 공연한다. 이 역시 입추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린다. 그런데 다른 나라 무술을 폄하해서는 안 되겠지만 일본 닌자쇼나 소림사 무예 출연자들이 사용하는 무기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었거나 찔러도 칼이 휘어버리는 장난감 같은 것들이다. 특히 소림사 무술 공연은 예전 우리나라 약장수들이 펼치는 차력술이나 서커스 같은 느낌이어서 실망만 준다.
그에 비하면 수원에서 펼쳐지는 무예24기는 실전용 검이나 창을 사용한다. 활도 기마병들이 사용하던 ‘동개궁’이란 활을 사용하기 때문에 긴장감과 박진감을 선사한다. 전 세계에 내놓아도 극찬을 받을 수 있는 훌륭한 공연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비가 오는 날이나 겨울철 혹한기 때에는 공연이 중단된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따라서 이처럼 훌륭한 공연이 중단되지 않고 365일 관광객들에 보여줄 수 있도록 실내 상설공연장을 마련해야 한다. 무예24기를 상설공연화한다면 분명 수원의 또 다른 관광상품으로 각광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