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에 이어 밀가루 값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이를 주원료로 쓰는 과자와 빵, 음료, 라면 등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먹을거리의 값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여 주름이 깊어진다. 제분업체는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과 여론의 압박을 무릅쓰고 공급가격을 올리는 것은 그만큼 제당·제분업계의 경영 사정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업계의 절박한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이미 일부 업체들이 음료와 스낵 가격을 올리고, 농수산물값도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고등어 등 수산물 가격은 폭등 그자체여서 서민식단을 떠난지 오래다. 물가가 미쳤다는 것이 요즘 서민들이 느끼는 심정이다. 올들어 소비자물가는 3개월 연속 4%선을 넘어섰다. 서민들은 장보러 가기가 겁날 정도다.
자동차에 기름을 넣을때면 가슴이 콩알만 해진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4.7%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다. 서민들의 체감 물가는 그런 공식 지표보다 더 심각하다. 장바구니 물가라 할 수 있는 생선·채소·과실류 등의 신선식품 지수를 보면 19%나 올라 10개월 연속 두자릿수 상승세를 기록했다고 한다.
정부의 두 차례에 걸친 전·월세 안정대책에도 전·월세 가격은 급등했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니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저축은 엄두도 못낸다.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도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 불안이 겨우 회복기에 들어선 한국경제를 다시 주저앉힐까 걱정이다.
물가 불안의 주범은 중동 정세 불안 등에 따른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급등이다. 여기에 이상한파와 구제역으로 인한 농축산물의 공급 파동이 가세했다. 주로 공급 부문의 충격에 따른 물가 불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공급 측 불안요인이 총수요를 자극하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플레 먹구름이 온 경제를 뒤덮기 전에 고삐풀린 물가를 잡아야한다.
정부는 구제역이 진정되고 봄 농산물이 본격 출하되면 4월부터 물가 상승세가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낙관만 하기에는 대외 여건이 녹록지 않다. 중동 정세 불안은 상당 기간 지속할 전망이다. 정부는 여러 차례 물가안정대책을 발표하며 물가 안정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뚜렷한 효과는 없다.
정부는 아직도 성장과 물가 두 마리 토끼를 놓치고 싶지 않은 듯하다. 지금은 5% 성장보다 물가 안정이 더 중요하다. 더 늦기 전에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확산을 차단하는 데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