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산의 원래 이름은 광옥산이었는데 고려 태조 왕건에 의해 광교산으로 바뀌었다. 서기 928년 왕건이 후백제의 견훤을 정벌하고 돌아가는 길에 광옥산 행궁에서 머물면서 군사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있었는데 이 산에서 광채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광경을 보게 되었다. 산 이름을 친히 ‘광교(光敎)’라고 했다는 것이다.
광교산은 수원 근교에서 제일 높은 산이다. 날씨가 좋은 날 광교산 정상에 오르면 동쪽으로 멀리 여주·이천, 서쪽으로는 경기만의 서해 5도, 남쪽으로는 용인·평택·안성, 북으로는 서울의 북한산이 시야에 들어 온다. 광교산은 사시사철 삼림이 울창해 주민들이 땔나무 걱정없이 살았다고 한다. 1970년대만 하더라도 야생돌물이 인근 마을가지 내려와 가축을 잡아가곤 했다고 원주민들은 증언한다. 광교산에서는 냉이, 씀바귀, 두릅, 취, 더덕, 고사리, 도라지, 머루, 다래, 버섯, 대추, 감, 약초 등 임산물이 늘 풍부했다.
광교산 보리밥 얘기를 해보자. 광교저수지 상류가 시작되는 곳, 유소년 축구장은 오래전 예비군 훈련장이었다. 예비군 훈련을 받으러온 장병들이 점심을 해결할 곳이 없자 한 할머니가 우시장에서 우골을 사다 가마솥에 푹 끓여 선지를 잔득 넣고 내놓은 술국, 선지국이 광교산 보리밥집의 효시라고들 말한다. 이 곳에서는 인근에 나는 산채진미 나물을 거둬 보리밥에 고추장 넣고 썩썩 비벼 먹던 것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이후 그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술국집은 문을 닫게 되었지만 1980년대 중반 들어 건강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광교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늘어나면서 점심 끼니를 해결하기 위한 보리밥집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지천에 깔린 각종 나물들이 그대로 식탁에 올라와 등산객들을 반겼다.
주말에 등산을 마치고 들리던 보리밥집이 이제는 평일에도 보리밥을 즐기려는 직장인들의 차량행렬이 광교산 회주도로를 점령할 정도가 되었다. 자연식을 바탕으로 웰빙 식단을 고집하는 광교산 보리밥집들은 밀려드는 보리밥 마니아들을 상대하느라 진땀을 쏟고 있지만 마냥 즐겁기만 하다. 보리밥은 암예방 효과와 변비치료,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는 대표적인 음식으로 유명하다. 오늘은 광교산으로 가자.
/안병현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