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경제부가 수도권 기업 입지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산업 집적(集積) 활성화 및 공장 설립에 관한 법률(산집법) 시행규칙 개정안’ 시행을 일단 유보키로 했다. 비(非)수도권 여야 국회의원들의 개정안 시행 철회 및 수도권 규제 완화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요구 때문이다. 지경부는 지난 4일 “최중경 장관이 내부 대책회의를 연 뒤 의원들의 요청에 따라 산집법 시행규칙 개정안의 관보 게재를 늦추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지경부는 첨단업종의 집적효과를 위해 추가적인 품목을 수도권 내 공장입지 규제 대상에서 풀어주는 내용의 산집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11일 관보에 게재하고 시행할 예정이었다. 개정안은 수도권에 들어설 수 있는 첨단업종을 현행 99개에서 94개로 줄이지만 허용품목은 156개에서 277개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이에 경기도는 “수도권에 특혜를 달라는 것이 아니고 기업들이 원하는 곳에 일자리를 만들고 투자할 수 있도록 숨통을 틔우자는 것인데 다시 유보한다면 국가적인 손해”라는 입장이다. 개정안이 시행돼도 수도권정비계획법 등으로 인해 크게 실효는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런데도 이들 비수도권 의원들은 “2008년 수도권 규제 철폐를 시작으로 세종시 백지화 시도, 수도권 연구개발(R&D)센터 설립규제 완화,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결정에 이르는 일련의 지방 홀대 정책은 현 정부가 갖고 있는 중앙집권적 사고를 그대로 보여 주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표면상의 이유보다는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따른 반발 때문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산집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단지 현 정부의 수도권 중심 정책의 하나에 불과한데도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울고 싶던 차에 뺨을 때려준 격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산집법을 볼모로 잡는 모양새는 자칫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갈등구도만 부추길 뿐 실익은 없어 보인다. 산집법은 수도권정비계획법 수질환경보전법과 함께 기업의 수도권 집중을 막는 규제수단이었다. 현 정부 들어 수도권 규제들을 정비해 첨단업종의 공장 신증설을 허용한 것은 지난 정부의 수도권 규제를 통한 균형발전정책이 국가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판단 때문이기도 하다. 대규모 국책사업은 국가경쟁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균형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나눠주기 식으로 가면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첨단 산업의 경우 지방으로 내려가면 우수한 기술인력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국가균형발전이란 명분을 내세워 사사건건 정부 정책의 발목을 잡으려 든다면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역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 된다. 수도권의 입장에서는 유감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한 획기적인 인식 변화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