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린 가격에 기름을 넣을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주유소를 찾은 사람들이 실망감에 주유소를 빠져 나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왜 기름값을 그대로 받느냐는 항의에 주유원들이 하는 말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들은 “정유사 공급가를 내린다는 것이지 주유소 판매가를 내린다는 것이 아니다”라는 이해할 수 없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 4사가 7일 0시부터 휘발유와 경유가격을 ℓ당 100원씩 내린다고 발표했으나 정작 일선 주유소에서는 가격을 내리지 않은 곳이 많이 소비자들의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기름값 인하 첫날인 7일 주유소에서는 알려진 것과 달리 휘발유와 경유를 전날과 똑같은 가격에 팔자 운전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고 한다. 휘발유와 경유값을 ℓ당 100원이 아닌 70원이나 80원만 내린 주유소도 많았다.
신용카드로 기름값을 계산할려고 해도 할인이 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이같은 항의는 하루종일 폭주했다고 한다. 또 SK에너지와 나머지 정유 3사의 할인방식이 다른 점도 소비자들의 혼선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SK에너지는 추후 요금청구시 할인혜택이 적용되는 신용카드 할인과 OK캐시팩 포인트 적립 방식을 택한 반면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은 공급가 할인 방식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들 정유사들이 자체로 운영하는 직영주유소를 통해서만 할인률을 적용한 것도 혼선을 부채질 하는 요인이 됐다. 7일 0시를 기해 정확히 휘발유와 경유가격을 ℓ당 100원씩 인하한 정유 3사의 직영주유소 비율이 전체 주유소의 10% 안팎에 불과했다.
나머지 90%의 가맹(자영)주유소들은 본사차원의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당장 가격 인하에 동참하는 것은 불가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하니 섯부른 정책이 국민불신만 가중시키는 결과가 됐다.
더욱이 SK에너지의 경우 신용카드 결제시 사후 할인이나 캐시백 포인트 적립 방식을 선택했고 S-오일과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는 공급가를 할인하는 방식을 선택했지만 이들 모두 소비자들이 즉시 판매가격 인하를 체감하기 어려워 정유사들의 생색내기에 그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고물가를 극복한다는 차원에서 업계의 반발에도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부친 기름값 인하는 국민불만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러한 혼선을 예측하지 못한 정책당국의 안일한 대처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이제라도 정부당국과 정유업계가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대안마련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