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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카이스트생의 자살

앤디 라일리의 카툰집 ‘자살토끼’는 포식자에게 먹히느니, 스스로 죽음을 택한 토끼를 다루고 있다. 토스터 안에 들어가 있기, 할복하는 일본 병사 등 뒤에 붙어 함께 칼에 찔리기, 부메랑에 수류탄 묶어 던지기 등등. 무표정한 토끼들은 온갖 기발한 방법으로 죽는 방법을 선택하면서 냉소적이고 뒤틀린 블랙코미디를 보여준다. 죽기 살기로 자살하려는 토끼를 보면 ‘저렇게 죽으려고 애를 쓰느니, 차라리 그 힘으로 살고 말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다.

‘살아 있는 이들을 위한 열네 번의 인생수업’이란 부제가 붙은 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죽음을 앞둔 노교수와 그의 제자가 나눈 대화를 담고 있다.

1997년에 처음 출간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이 책에서 루게릭병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는 모리 교수는 차분히 죽음을 관조하고 지나간 삶을 되새긴다. 저자는 대학시절 은사인 모리 교수에게 “20대 젊은 나이로 되돌아간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는다. 이 질문에 그는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말을 한다. “여기까지 씩씩하게 왔는데 왜 다시 시작해야 하나. 이제 50m만 더 올라가면 산의 정상인데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네.” 누구나 한 번쯤은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삶은 스스로가 죽겠다 혹은 살겠다고 정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인간에게 삶과 죽음을 결정할 권한은 없다. ‘이렇게 살 바에야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한 당신의 오늘은, 고통 속에서도 살아있음을 감사한 모리 교수가 간절히 원했던 내일이다.

지난 7일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카이스트(KAIST) 휴학생인 박모 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올 들어 지난 1월 ‘로봇영재’ 조모 군을 시작으로 카이스트 학생의 4번째 자살이다. 카이스트는 영재교육과 20대 박사 양성을 목표로 1984년 문을 열었다.

과학고와 영재고 조기 졸업생이거나 수능 전국 상위 1% 이내에 드는 수재들이 진학하는 카이스트는 그런 만큼 성적에 대한 압박감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우리나라 대학생 자살은 2008년 332명, 2009년 249명이나 됐다.

청소년들의 자살은 성적 비관이나 가정불화, 학교생활에서의 ‘왕따’ 등에서 비롯한다. 따라서 혼자 고민하게 놔두지 말고 사랑과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청소년들이 꿈을 펼치기도 전에 목숨을 버리게 놔둔다면 무능한 사회나 다름없다. 죽을 각오라면 못할 일이 없다. 죽기는 왜 죽는가. 죽도록 살아도 시원찮을 인생인데. /이해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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