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 없는 문자메시지가 하루에 적게는 서너건에서 많게는 십수건에 달한다. 어떻게 내 휴대전화 정보를 알아냈을까 하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면 아찔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개인정보가 개인의사와는 관계없이 사회전반에 널리 퍼져 흘러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개인정보가 뭉터기로 유출되는 사례도 종종 보아왔다. 현대캐피탈 수십만 고객의 정보가 해킹당했다는 소식이다. 현재까지 정보가 유출된 고객 수는 42만명으로 전체 고객 180만명의 23% 수준이라고 한다. 이들 고객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 번호 등이 유출됐다.
또 고객 1만3천명은 신용등급과 비밀번호 등 금융거래에 사용되는 정보까지 유출됐다고 한다. 고객들이 유출된 자신의 신용정보가 범죄에 이용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져서야 되겠는가.
현대캐피탈은 지난 7일 수억원을 요구하는 해커의 협박 메일을 받고서야 해킹 사실을 알아챘다.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경찰은 아직 뚜렷한 용의자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지난 2월부터 인지가 어려울 정도로 고객정보가 조금씩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현대캐피탈 관계자의 전언이다. 해커의 지능적인 수법에 당한 측면도 있지만 보안 관리 시스템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는 데는 변명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캐피탈업계 1위인 금융회사의 보안 수준이 이것 밖에 안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금융감독원이 11일 특별검사반을 현대캐피탈에 파견해 보안시스템을 살펴보고 범죄·사고 가능성 등에 대한 점검에 착수했다. 과연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책임은 다했는지, 해킹 방지대책은 제대로 이행했는지, 내부 공모 가능성은 없는지 등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 조사 결과, 보안 관리에 큰 문제가 있었다면 엄중 문책해야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한국에서 해킹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해당 기업들은 개인정보를 암호화하는 등 기술적·관리적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 암호화가 이뤄지면 해킹을 통해 유출됐더라도 실질적으로 암호를 풀고 정보를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들이 아직 암호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기업들이 보안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크게 늘리고 보안 점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도 개인정보 유출 기업에 강도 높은 제재를 해야 한다. 개인들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비밀 번호를 수시로 변경하는 등 보안 의식에 더 신경써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