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지방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주중이어서 정체 없이 달리는 차창 밖 풍경에는 봄이 이미 곁에 성큼 다가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봄 가을은 없고, 여름 겨울 두 계절만 남았다. 지난 겨울은 기상관측 이래 가장 추웠다. 지구온난화로 그동안 겨울이 겨울답지 않았고 그 정도의 추위에 익숙해진 우리는 겨울이 겨울다웠을 때 속수무책이었다. 내가 어린 시절이던 1970년대 전후의 겨울은 시리도록 추웠다. 봄은 봄답고, 여름은 여름답고, 가을은 가을답고, 겨울은 겨울다운 것이 자연의 이치일 것이다.
이제 정국은 보궐선거로 뜨거워지고 있다. 4대강 사업, 무상급식, 무상의료, 무상보육 등의 복지문제, 고유가, 고물가, 실업문제, 전월세 대란 등으로 여야는 목숨을 건 경쟁에 돌입했다. 2012년의 19대 총선, 대선의 전초전으로서 여야는 정권을 차지하기 위한 교두보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책 사안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 아닌 여야가 대립각을 세우는 것에 골몰해 국민들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동서를 막론하고 수백 년을 수성한 왕조들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백성을 섬기는 마음으로 백성의 처지에서 동고동락한 군주는 성군으로 추앙받으며 왕조의 반석이 되었고, 군주의 마음을 헤아리며 그 마음을 백성들에 잘 전하고 실행하는 신하, 관리는 왕조의 뼈대가 되었고, 그 뼈대를 촘촘히 메우는 백성들로 인해 그 왕조는 수백 년을 지속됐음을 말이다.
고대 그리이스 철학용어에 ‘arete’라는 낱말이 있다. 그 의미는 ‘참됨’에서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 이르러서는 ‘사람다움’의 의미로 한정되어진다. 다시말하면 우리들 모두가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되는 하나의 일반적인 기능 내지 역할의 의미이다. ‘~답다’ 라는 의미이기도 하고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낱말이고, 늘 그리하려고 노력하는 화두이기도 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그 계절다워야 한다. 봄은 생명을 잉태하는 시기, 여름은 그 생명이 성장하는 시기, 가을은 풍성한 열매를 맺는 시기, 겨울은 혹독하지만 만물을 쉬게 만드는 시기이다.
대통령은 정파를 초월해 국민의 마음에서 국정을 살피는 것이 대통령다운 것이다. 의원은 정파 이해관계를 떠나 집행부를 견제해 합리적인 정책들은 지원하고, 불합리한 정책들은 견제하며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통령과 집행부에 잘 전달하는 소통의 중간 역할을 잘 해내는 것이 의원다운 것이다.
자연의 이치는 사람의 도리를 깨우쳐 주는 스승이다. 자연의 이치를 우리 모두는 겸허히 받아들이며 각자가 지금의 있는 자리에서 본분을 알고 실천할 때, 이것이 올바른 삶과 정치의 시작일 것이다. /이길호 군포시의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