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포격으로 지난해 꽃게 조업을 하지 못해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본 연평도 어민들이 이번엔 내부 갈등으로 인해 꽃게 출어가 늦어지고 있다고 한다. 연평어장의 올해 첫 출어일은 당초 이달 1일이었지만 아직까지 한 척의 배도 제대로 조업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 꽃게어장인 연평어장에서는 금어기와 휴어기를 제외한 4~6월과 9~11월 꽃게 조업이 허용되는 점을 감안할 때 이중 보름 이상이 날아간 셈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진데 대해 연평도 어민들은 일부 선주들의 이기심을 지목하고 있다. 어민들은 지난해 11월 23일 북한의 포격으로 연평어장에 쳐놓은 800여개 이상의 꽃게잡이 어구를 버려둔 채 인천 등 육지로 몸을 피해야 했다. 어느 정도 상황이 진정된 후에도 어민들은 북한의 재도발 위협 등을 이유로 상당 기간 바다에 나가지 못했고, 결국 어구는 3개월 이상 바다에 방치됐다. 이에 어민들은 연평도 선주협의회를 중심으로 지난달 8일부터 어구 수거작업을 시작해오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불거졌다. 일부 어민들이 연평어장 내에서도 꽃게 어획량이 많은 핵심 구역에 설치해 놓았던 어구들을 일부러 끌어 올리지 않은 것이다. 일부는 바다에서 돌아와 어구 수거를 마쳤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어민들은 이러한 행위를 두고 사실상의 ‘어장 알박기’라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연평도에서는 한정된 어장에서의 자리다툼을 막기 위해 매년 첫 출어일에 같은 장소에서 동시에 출항해 먼저 도착한 배가 자리를 차지하는 일종의 경주를 벌여왔다. 이러한 자리잡기는 한해 꽃게 어획량을 좌우하기 때문에 선주들은 수천만원씩 들여 경쟁적으로 배의 엔진 출력을 높이고 있다. 그런데 일부 선주들이 주요 ‘포인트’마다 어구를 그대로 남겨두는 바람에 올해는 그나마 지켜지던 ‘공정경쟁’의 룰이 무너졌다는 것이 어민들의 주장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연평도 선주협의회는 출어일을 여러 차례 연기하며 남은 어구를 수거하도록 했지만 ‘알박기’를 한 선주들이 회의에 나타나지 않는 등 사실상 이를 거부해 협의회가 강제 수거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잔류 어구 강제수거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결국 올해 첫 출어일은 18일 이후가 될 수밖에 없어 결과적으로 연평도 어민들은 올해 상반기 조업일수 90일 중 20% 가량인 17일을 앉아서 날린 셈이다. 눈앞의 이익 때문에 모두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 어민들 사이에 질서가 무너지고 자신의 이익만 좇으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지적도 있다. 서로 보듬어 줘도 시원찮을 판에 그렇지 못한 연평도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