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31일 도가 구제역 종식 보고회를 마침으로써 그 끔찍했던 구제역 전쟁이 끝났다. 이어 안성시 금광면 개산리에서 구제역 발생 4개월 만인 지난 12일 도내 최초로 우시장을 개장했다. 안성시에 따르면 이날엔 평균 90두~100두 보다 적은 64두가 경매되었지만, 구제역 이후 첫 우시장 개장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이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고 한다. 초기대응을 잘못했던 정부의 실책으로 인한 구제역의 피해는 엄청났다. 이로 인해 어마어마한 소와 돼지가 살처분 됐고 방역과 살처분에 동원된 많은 공무원들과 관계자들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당했다. 그리고 살처분의 트라우마로 아직 고생하는 이들도 많다.
그런데 지난 12일 전남 담양 축산농가 두 곳에서 인수공통전염병인 브루셀라가 발병이 확인돼 소 160마리가 살처분 됐다. 다음 날인 13일에도 안성의 한 축산농가에서 브루셀라 감염 사실이 밝혀져 소 43마리가 살처분 됐다. 다시 구제역의 고난이 재현되는 게 아닌가 싶어 덜컥 겁부터 난다. 구제역 종료를 선언한지 불과 며칠 만에 다시 시작된 브루셀라는 사람에게 옮기는 인수공통전염병이기에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브루셀라는 가축에게는 유산이나 불임을, 사람에게는 두통과 발열, 디스크 손상, 심하면 목숨까지 앗아가는 법정 전염병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사람에게 브루셀라가 처음 발견된 것은 2002년이다. 이후 해마다 급증, 2006년 한해에만 표본조사 대상 3873명 중 215명이 발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브루셀라는 우유나 치즈, 생유제품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고 밝혀 더욱 공포스럽다. 따라서 구제역과는 차원이 다른 방역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번엔 구제역처럼 판단실수로 인한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당국의 신속하고 철저한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 만약 초기 대응에 실패한다면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은 구제역과는 다른 심각한 식품 공포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브루셀라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적절한 백신투여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리고 질병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사육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즉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가축들을 우리에 몰아넣고 비위생적으로 사육하는 현재의 축사 내부 문제를 고치지 않는 한 전염병 발병은 영원히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가축질병의 조기 근절과 재발방지를 위한 정부의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