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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개발과 실종

 

고의적인 자연 변형, 도시개발로 문명의 금자탑을 쌓아올린 후, 필연적으로 발전의 그늘에 가려진 것들이 어찌 하나 둘이겠는가? 성장과 발달의 준거로 외형적 물량적 확장에 편의성이 더해져서 현대인들은 좀처럼 개발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대문명의 세례를 받은 세대들은 과거의 형상에 대한 어떤 정보나 인식조차 없다.

따라서 그들의 무한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과거는 덮여져야 하고 미래 또한 불확실할 수도 있는 가시밭길을 감추려 한다. 도시개발이 한창인 평택시 소사벌지구 내에 들풀로 하늘거렸던 삼남대로 구간이 흔적 없이 사라지고 있으니 푯말 하나 세울 곳도 관심도 없을 듯하다.

이 개발에 밀려 실종된 것들을 생각해본다.

먼저 역사의 실종이다. 현대인들의 역사인식의 부재를 증명한다. 개발의 최종 종결은 무엇인가? 자본의 이익이다. 역사의 토대는 안중에도 없는가 보다. 과거의 기름진 토양이 없이 현재의 열매가 있겠는가?

그러나 우리의 현대화는 불행하게도 현대화로 직행할 줄만 알았지, 과거 지도(地圖)는 무참하게 여지없이 삭제되는가 보다. 그 증거물들이 철저하게 영구 삭제돼 가고 그 지도를 보는 직책의 사람 또한 바뀌어 더 이상 계승 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역사는 새까맣게 색칠돼 더 이상 흔적을 찾을 길이 없으며, 또한 굳이 찾으려 하지도 않는다. 역사를 기억하지 않으면 전통 또한 실종되는 것이며 우리의 정체성은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하는가?

둘째 에토피아의 실종이다. 현대문명이 자연을 무자비하게 짓밟았다. 어느 날 산야(山野)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호수와 물길은 겨우 숨통만 터놓은 채 감금된다. 자연의 흐름대로 순환이 이뤄져야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가?

개발의 손장난이 자연적 흐름을 막아 자연의 생기를 빼앗고 있다. 최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이 바로 그것이다. 잦은 지진으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데도 폭발하면 원자폭탄과 같은 흉기로 돌변한 것인데 그곳에 핵발전소를 건설했다는 것은 우매(愚昧)한 것인지 아니면 기술을 과신(過信)하는 것인지, 그도 아니면 교만(驕慢)한 것인지 우리는 21세기 문명의 그늘, 우울한 에토피아를 목도(目睹)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다 보니 마지막으로 꿈마저 잃어버린다. 즉 꿈의 실종이다. 회색 도시문명에 갇힌 신세대들의 자화상이 그렇다. 건강한 자연과 함께 동고동락하는 기쁨을 얻기보다는 지식과 정보에 갇혀 과학기술의 식민지인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 도중(途中)에 인간성 상실로 치닫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기성세대들은 반드시 치유의 손길을 뻗어줘야 한다. 꿈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줘야 하지 않겠는가?

도시개발의 주체에게 감히 한 마디 주문하고 싶다. 수많은 세월 동안 역사와 함께 했던 길 특히 조선시대의 삼남대로의 한 구간이 개발의 미명 하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게 하길 바란다. 과거는 현재와 미래의 형식과 내용을 제시하는 성찰의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즉 반듯한 고속화도로가 현대란 지표의 상징이라면 물길은 자연이란 지표의 본원적 상징이고 옛길은 역사주체의 애환이 스며든 역사란 지표의 상징이다. 고속화도로가 중요하다면 개발로 사라진 물길에 생명을 불어넣을 것이며 옛길은 정감이 가도록 복원해 역사의 단절이 없게 하기를 바란다. /진춘석 시인

▲ 1992년 시문학 등단 ▲ 한국문인협회 회원 ▲ (사)한국문인협회 평택지부장(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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