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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수원화성에 농업박물관을 세우자

   
▲ 구자옥 한국농업사학회 이사장·회장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을 살며 전공을 농학(農學)에 두면서 수원 땅과 인연을 맺고 있다. 이제 내 고향이 된 수원 땅은 우리나라 농학, 즉 농업 과학과 기술의 총본산, 메카로 자리매김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산업사회로 발돋움해 수도 서울의 근교도시로 그 역할을 하게 되고 굴지의 대기업이 들어서 위세를 자랑하고 정조대왕의 꿈터가 유네스코 문화재로 지정되면서 어느 결엔가 우리나라의 근대농학을 태동시켜서 녹색혁명의 치적을 쌓았던 서둔벌의 모습은 시야에서 사라진듯한 하다.

더구나 서울대학교 농생명대학(옛 고등농림학교)이 서울로 이전되고, 머잖아 농촌진흥청(옛 권업모범장)의 각 기관들이 흩어져 이전될 운명에 처하면서 이런 공허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생각해 보자. 지난 200여 년 간 수원이 역사적으로 많은 역할을 하면서 진취적인 기능과 기상을 발휘해 왔다. 기실 이 나라 역사와 민족을 위해 구국의 얼과 절대절명의 공헌을 한 것이 있다면 농학의 산실로서 전국의 농촌과 농민, 그리고 농업생산을 진두지휘해 녹색혁명을 성취함으로써 국민 식량의 자급자족을 가능케 했던 공헌보다 더 위대한 것은 없으리라. 근대적 농학의 산실로서 이제껏 전국의 유수한 인재들을 불러 모아 피와 땀의 금자탑을 세웠던 국가 농업의 과학기술을 수원의 땅에서 창조해냈다는 것은 수원 땅의 더없는 구국적 공헌이고 자존심이며 영광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수원의 명예로운 역사적 공과와 그 발자취를 길이 보전하고 새로운 문화 창조의 바탕으로 삼아서 미래의 새로운 가능성을 밝혀내는 데 앞장 서야 한다는 과업은 그야말로 수원의 오늘을 사는 이들의 최대 임무이며 과제다.

역사적으로 수원 땅이 이룩하고 성취한 농업과학과 기술의 면모를 살펴보면 그 여명의 시절을 정조대왕의 구국적인 의지가 표현되었던 200여년 전까지 추스를 수가 있다.

200여 년 전인 1794년 화성 성역이 시작되던 때, 이 땅은 허허벌판으로 불과 5, 6호 정도의 민간인만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그 당시는 우리나라 논의 직파법이 이앙법으로 바뀌던 때였고, 여기에는 수리시설의 확충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고 이를 첫 선보임으로써 우리나라 농업근대화의 여명기를 열었다. 만석거를 비롯한 만년제, 만안제, 축만제(서호), 둔전(屯田)인 대유둔(북둔)과 서둔(축만제둔)이 그렇다. 화성이 ‘용이 날고 봉황이 춤추는 명당’으로서 우리나라 농업 과학기술과 경영시범의 역사적 메카(Mecca)로 우뚝 서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부터다.

이후 1904년과 1905년, 고종의 칙서로 우리나라 최초의 농업교육 본산인 농상공학교와 부속 농사시험장, 비록 일제의 뜻이었지만, 각각 권업모범장(1906년)과 농림학교(1907)라는 명칭으로 수원 땅에 이전 개설됐다. 이렇게 우리나라 농업 교육과 과학기술의 본산적 기능은 오늘날까지 그 역사적 사명과 전통을 이어오면서 식량을 중심으로 하는 거국적인 과제를 해결해 왔다. 1970년대에는 드디어 ‘녹색혁명’이 완수돼 세계적인 모범사례를 낳았다. 우리 국민들이 외국 어느 나라에 손 벌려 걸식하지 않고도 떳떳하게 먹고 살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국립과천과학관의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는 역사적·국제적으로 공인된 세종·장영실·허준 등 27인의 선현들이 헌정돼 모셔지고 있는데 이중 우장춘·현신규·조백현·허문회 등 4인이 자리를 함께 하고 있다. 이들이야 말로 수원이 배출한 농학인이며 놀랍기 그지없는 수원의 인물들이다.

수원 땅이 긍지로 알고 길이 새기며 후손에게 물려주어서 자랑케 할 역사적 근거는 한 나라의 국민식량을 해결하고 과학기술의 업적을 만방에 펼쳤던 이들 농업과학기술과 농업교육의 본산지적 기능, 그리고 후세가 본받을 인물에 있다. 또한 일제의 식민정책에 지식인 집단으로서 발벗고 나섰던 고등농림학교의 항일투쟁 발로와 상록수 정신의 표출을 손꼽을 수 있고, 이들 모든 역사를 선도하며 일생을 헌신했던 더욱 많은 관련 인물들에 있을 것이다. 수원에 세워질 박물관의 핵심은 바로 이런 부분에 있으리라 확신한다. /구자옥 한국농업사학회 이사장·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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