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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 시속 300㎞로 달릴 땅이나 있소이까?

 

‘브릭스(BRICS)’는 향후 세계경제의 중심에 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 등 다섯 나라를 가리킨다. 그 중 세계인구 70억명 중 5분의 1을 점하고 있는 거인국 중국은 경이로움과 두려움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국이 경제호황과 함께 곡물소비가 증대하자 밀가루 파동이 일어나고 산업발달로 공업화를 이루자 국제유류 파동이 일어 났다. 베이징올림픽 특수로 세계 철강업계에 초비상이 걸릴 정도다.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올까? 탁월한 정치적 지도자의 파워다. 이들은 하나같이 검소하며 청렴 결백하다. 등소평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다. 섬나라 일본은 중국대륙의 최고 지도자에게 일본의 위대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마침 신간센 고속철이 준공돼 첫 번째 승객으로 등소평을 승차시켰는데 시속 300km로 세계 최고속이었다. 그 당시 중국에서 보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고, 이 정도면 아무리 등소평이라 해도 일본의 최첨단 과학에 놀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본 언론은 시승을 끝낸 등소평의 소감을 듣고 싶어했다.

당시 프랑스 떼제베와 경쟁하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등소평의 말 한마디에 국운이 걸려 있는 상태였기에 초조하게 시승 소감을 기다렸다. 그러나 등소평은 빙그레 웃을 뿐 묵묵부답이었다. 견디다 못한 일본 수상이 속내를 보이면서 “주석 각하, 소감이 어떠하십니까?”라고 묻자, 등소평은 “글쎄요, 프랑스 떼제베보다 훨씬 빠르고 흔들림이 없읍니다만 좁디 좁은 땅에서 왜 그렇게 빨리 달려야 합니까?”라고 오히려 반문하더라는 것이다. 이 말은 시속 300km로 달릴 땅이나 있느냐는 말이기도 했고,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 국가가 경제로 다시 세계를 제패하려 한다는 비아냥이기도 했다.

 

일본 정치 지도자들의 코가 납작해져 버렸음은 물론이다. ‘좁은 땅’이라는 단 한마디의 촌철살인으로 일본을 K.O시켜버렸다. 훗날 이 광경을 지켜봤던 ‘마스시다 고노스케’ 회장은 중국의 앞날에 두려움을 느꼈다고 술회하며 중국 지도자들이 일본의 정치 지도자 보다 한 수 위에 있음을 자각하게 됐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거금 500억원을 투자해서 정치 지도자 양성소를 세웠다. 하지만 4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위대한 정치 지도자가 일본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

중국의 역동성은 청렴한 정치 지도자 주은래가 국무원 총리 30년만에 서거했을 때 그에게 남겨진 것은 국민복과 모자 뿐이었다. 국가로부터 받은 급료를 받는 즉시 청소년 장학금으로 기부했고, 그 전통은 등소평, 장쩌민, 후진타오, 원자바오로 이어졌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고속열차는 서울에서 부산을 두 시간대로 단축해버리겠지만 뭐 때문에 빨리 가야 하는지를 설명하지 못하는 한 빠르다고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우리도 좁디 좁은 땅에서 “왜 그렇게 빨리 달려야 합니까?”라고 묻는다면 어떻게 대답할지 궁금해서 해보는 소리다. /박남숙 용인시의원 (민·자치행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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