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만드는 날(Make a difference day)’. 1992년 2월 29일 미국 유에스에이 위크엔드가 일일 자원봉사 경연대회를 처음 개최했을 때 신문은 그 날을 이렇게 명명했다. 바로 시민들의 자원봉사를 새로운 변화 창출의 활동으로 본 것이다. 오늘날의 선진국가는 이렇게 사회변화의 원동력을 시민들의 자원봉사활동에서 찾고 있다. 국가에 대한 무조건적인 의지에서 벗어나 시민 스스로가 사회를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매년 10월 1일 공동모금켐페인이 시작되면 일본 각지에서 20만 명의 민생위원들을 비롯, 수십만 명이 거리에 나선다. 모두가 시민 자원봉사자들인 이들은 1주일간 불우한 이웃을 돕기 위해 ‘사랑의 깃털’을 팔면서 가두 자원봉사를 벌인다. 일본 왕세자비도 이날만은 시민들과 함께 모금행사에 참가해 자원봉사를 한다. 홍콩에서는 불우이웃돕기만이 아닌 지역사회 자원봉사 활동을 권유해 해마다 ‘옷 벗는 날’을 정한다. 이날엔 모든 홍콩 시민들이 외출복을 벗고, 구두를 벗고, 자원봉사에 나서보자는 것이다.
볼런티어(volunteer)라는 말은 라틴어로 ‘내가 시작하겠다’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vol(volo)은 이처럼 자발적인 의지를 나타낸다. 우리는 보통 ‘자원봉사자’라고 번역하여 쓰고 있는데 볼런티어의 본래 뜻은 ‘나서는 행위’다. 즉 남이 하라고 해서 하는 것도 아니고 남에게 보이기 위해 하는 것도 아닌 마음에서 ‘진정으로 우러나오는 행위’를 말한다.
우리나라 최대의 나눔봉사 행사인 전국자원봉사대축제가 4월 21일부터 5월 1일까지 11일간 수원시 만석공원에서 열리고 있다. 개인·가족·단체·기업·학교 등 단위로 전국에서 매년 100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자원봉사 실천 한마당 행사로 올해로 18회째다. 특히 올해는 유엔의 ‘2001 세계자원봉사자의 해’ 지정 10년을 맞아 ‘온 세상에 퍼져라 나눔과 봉사의 물결!’ 이란 특별주제로 자원봉사운동이 펼쳐진다. 전국자원봉사대축제는 1994년 11월 미국과 영국 자원봉사계의 ‘변화를 만드는 날’ 행사를 국내에 도입하면서 처음 시작됐다. 이 행사의 취지는 대축제 기간을 정해 그 기간 중 단 하루라도 어려운 이웃을 찾아가 다양한 형태의 봉사활동을 펼침으로써 우리 이웃, 우리 지역사회를 변화시켜보자는 것이다.
성경 마태복음에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다. 우리에게도 이런 범국민적인 행사가 있다는 것은 더불어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한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민들의 많은 참여와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