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前職)과 현직(現職)이란 차이는 하늘과 땅 만큼 크다. 나도 현직에 있을 때 그럴 것이라고는 생각했었지만 ‘그래도?’하는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이 별로 틀리지 않다는 사실을 체험하고 공감한다. 물론 현직으로서 예우(?)를 받던 그러한 형식적인 겉치레를 이야기 하는 것이 결단코 아니다. 아무리 역사는 승자들의 기록이란 말이 있지만 선출직이란 떨어진 순간부터 시정에 참여할 방법과 기회가 철저하게 봉쇄된다. 물론 낙선자 본인 스스로도 관여할 생각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지만 책임을 느끼며 들어주고 실행해보려는 공직자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새로 선출된 단체장이나 의원들도 전(前) 의원이나 단체장의 의견을 들어보려 하지 않는다. 혹시 있다 하더라도 의례적이고 형식적이다. 현직을 다년간 역임했고, 지역 현안을 제일 잘 알고 있는 경험자의 조언을 듣기위한 진정성 있는 자리가 만들어졌다는 소리를 들어 본적이 없다.
이런 현상은 소속한 당이 바뀌어서 갑자기 생긴 일이 아니다. 같은 당이라도 똑같았고, 훨씬 그 이전부터 물려 내려온 현명하지 못한 관습이요, 살아남은 자들의 오만이요, 역사 지우기로서 마땅히 바뀌어져야 할 것이다.
물론 새로 선출된 분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더욱 잘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러나 국민의 혈세로 뽑고, 교육시키고, 활동비, 연봉을 지급해 얻게 한 축적된 경험과 경륜이 단절되고 사장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물론 전직이라고 해서 모두가 더 잘 알고 잘한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많을 것이다. 옥상옥이라는 비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잘한 것은 잘한 대로, 못한 것은 못한 것대로의 교훈을 발판삼아, 시행착오의 가능성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고 한층 더 높은 서비스를 시민에게 제공하는 폭넓은 소통과 절박한 책임감을 요구한다.
전직(前職)으로서 현직에 충고하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인간관계를 중요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좋은 소리가 아닌 듣기 싫은 소리를 한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 하지만 한때나마 피 같은 국민의 세금으로 녹봉을 받았던 전의원으로서 잘못된 일에 침묵을 지키고 인기관리와 체면유지를 위한 덕담만으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현재 수원시에서는 도시 이미지 ‘해피 수원(Happy Suwon)’을 지우고 ‘Human City 사람이 반갑습니다’로 바꾸고 있다. 엄연히 수원시 상징물 조례가 있는데 조례를 개정하지도 않고 임의대로 살금살금 추진하다 조례를 개정해 본격적으로 밀어붙이려 한다. 지금이 조선시대 연호 바꾸는 것도 아니고, 시장이 바뀔 때마다 도시브랜드를 교체하려고 하는 발상 그 자체가 문제이다.
‘더불어 사는 행복한 도시-해피수원’과 ‘휴먼시티-사람이 반갑습니다’. 과연 이 문구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더 나아가 먹고 살기 바쁜 대다수의 시민은 이러한 도시브랜드 자체에 관심도 없다. 그런데도 이러한 것들의 교체를 위해 시민혈세 수십억을 낭비한다니 어이가 없다.
이것은 교체비용 수십억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까지 ‘해피 수원(Happy Suwon)’ 구축을 위해 투자한 수백 억의 비용을 허공에 날릴 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홍보로 이룩한 수천억 원의 홍보 효과를 사장시키는 것이다.
수원시장과 시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누가 단체장에게 이런 권한을 위임했는가? 도시브랜드를 바꾼다고 시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가? 천년만년 현직에 있는가? 수원시 예산이 이런 곳에 낭비할 정도로 풍족한가?
앞으로 수원시정을 돌보면서 단체장과 시의원은 수원시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할 때 단체장 위주의 형식적이고 통과의례적인 자문보다 진정한 자문을 받기위한 노력과 시스템을 구축하기 바라며, 전직 보다 현직으로서 더 큰 책임을 통감하길 바란다. /김효수 前 수원시의회 도시건설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