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수원시 장안구 장안문 밖에 형성된 상가들은 항상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젊은이나 중·장년층 할 것 없이 저녁나절 모임을 갖거나 삼삼오오 만나 한잔할 때는 으레 이곳에 약속 장소를 잡았다. 당시 장안문 일대는 수원상권의 중심지였다. 그러다가 상권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 가면서 이 지역은 사양길로 접어들고 시민들의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거북시장이라고 불리는 상가의 상인들이 상권의 부활을 외치며 일어섰다. 상인회를 구성하고 각종 축제를 열면서 손님 끌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거북시장 일대의 원래 지명은 ‘새술막거리’였다. 약 220여년전 정조대왕의 명에 의해 화성축성공사가 벌어질 때 건축현장의 인부들과 감독관들을 위해 생긴 주막거리였던 것이다. 화성축성 책임자가 모자라는 화성 축성비용에 보태기 위해 예쁜 주모들을 채용해 인부들의 노임을 노렸다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물론 ‘전설’이기는 하지만 새술막거리는 그처럼 흥청거렸다. 여기에 인근에 영화역이 있고 장용외영 훈련장도 있었으니 주막은 물론 음식점과 시장도 들어섰던 것이다. 이곳에서 지난 23일 ‘새술막거리 술축제’가 열렸다. (사)거북시장 상인회(회장 차한규)가 주최한 이 행사는 거북시장 길에서 다채로운 내용으로 진행됐다. 막걸리 제조 시연, 경기도내 막걸리 시음 행사와 각종 공연이 펼쳐졌다. 당시 장용외영 군사들의 실전무예였던 (재)화성운영재단의 실감나는 ‘무예24기 공연’과 꽃뫼예술단과 필섹소폰동호회 등의 신명나는 한마당 등 비록 유명 연예인의 등장은 없었지만 손님들이나 상인들 모두 흥겨워했던 재미있는 축제였다. 이 행사가 감명 깊었던 것은 수원시의 행·재정적 지원을 전혀 받지 않고 상인들 스스로 축제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각 공연단과 무예24기 단원, 사회자, 행사기획 진행자들은 모두 단 한 푼의 출연료나 수고비도 받지 않고 흔쾌히 동참했다. 뿐만 아니라 여행사를 운영하는 유성재씨는 차량지원, 막걸리 운반까지 마다않았다. 행사를 기획하고 지원한 최호운씨도 상인이 아닌 도시계획을 전공한 학자였으며 행사 사회를 맡은 김기승씨는 수원시 인터넷신문의 시민기자였다. 처음이었고 저예산 행사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이 축제는 마을 축제의 전형으로서 수천명의 시민들이 몰려 흥청거렸다. 이런 노력들이 이어진다면 새술막거리는 조선 정조시대의 영화를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