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 신문들이 연일 지방의원의 국외연수 행태가 변해야 한다고 일침을 놓고 있다. 목적이 불분명한 의미없는 해외연수를 하지 말라, 선진사례를 배우려면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하라! 당연히 맞는 말이다.
나는 얼마 전 전국의 지방여성의원들의 네트워크에서 ‘해외연수와 의정활동’이란 제목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그 강의를 준비하면서 각 자치단체의 의회 홈피에 들어가 연수보고서를 찾아보았는데 거의 없다고 보면 될 정도로 희귀했다. 몇몇 도시의 홈피에 보고서가 올라와 있었지만 누가 보아도 공무원이나 여행사 직원이 작성해 준 것이 분명한 보고서였다. 여행사이트에서 표절해 붙여 놓은 해외도시 소개와 마지못해 보충한 듯한 의원들의 소감 서너줄. 그나마 한 지역은 다른 지역의 홈피를 베껴 온 듯 아주 똑같은 형식이었다. 보고서의 내용은 의원 자신이 보고 배우고 체화한 것이 들어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았다.
나는 ‘재산은 밖으로 쌓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 쌓는 것’이라는 확신이 있으므로 돈이 없어도 보험하나 들어놓고 열심히 여행한다. 그래서인지 의정활동을 하며 어떤 사안에 대해 듣거나 보면 항상 할 말이 있다.
예를 들어 오토캠핑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스위스인들의 질서정연한 오토캠핑모습이 떠오르는 식이다. 나의 머릿속에는 항상 아름다운 도시가 그려진다. 나를 위해 ‘쓴 것’이 재산이 됐기 때문이다. 보는 것 만큼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아는 것만큼 보이므로 사전에 반드시 공부를 한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 공부를 하고, 돌아와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쌓이는 색다른 경험과 아이디어는 절대로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의원이 되기 전부터 여행이 끝나면 기행문 책자를 찍어 지인들과 경험과 지식을 공유해왔다. 이런 과거가 의정활동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의원은 반드시 세계를 배우는 의정활동을 해야 한다. 따라서 책과 더불어 선진지 견학도 필수이다. 거기엔 재래시장을 포함한 관광일정도 반드시 끼어 있어야 하고 그들이 수천년 동안 이용한 뒷골목을 돌아보는 시간도 있어야 한다. 해당 방문기관만 잠깐 들러 통역을 통해 뭔가를 듣는 것은 해외에서 할 일이 아니다.
의원들이 시(市)의 어려운 재정 때문이 아니라 여론의 뭇매가 두려워서 해외연수를 주저한다면 가지 말아야 한다. 해외연수는 내가 사는 도시의 삶의 질을 올리는 공부이기 때문에 당연히 가는 것으로 생각돼야지 그 확신이 들지 않는다면 ‘외유’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다녀와서 해외연수의 결과를 테마별로 발표하는 공청회를 여는 것은 어떨까? 잘하면 시민들이 또 가라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최인혜 오산시부의장(민·비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