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카터 코벨(1910~1996)은 미국 태생의 동양미술사학자다.
집에서도 기모노를 입고 생활할 정도로 20대부터 일본문화에 매료됐던 그녀는 일본을 알수록 강한 의문에 사로잡힌다. 자신을 매혹시킨 일본 미술품에 대한 정체였다.
뒤늦게 일본문화의 근원으로서의 한국문화에 대해 이해를 하게 된 그녀는 아들 앨런 코벨과 함께 1978년부터 1986년 까지 한국에 머물며 한중일 미술을 섭렵한 해박함으로 한국인의 조상 부여기마족의 존재와 일본에 건너가 국적을 잃고 있던 한국미술의 가치를 재조명해냈다.
일본의 모든 신사(神社)는 예외 없이 두 마리 고마이누(高麗)犬), 즉 고구려개가 지키고 있다. 오늘날 일본이 자랑하는 미술품은 2천 년에 걸친 한일 간의 애증관계를 보여준다. 고마이누도 그런 것 중의 하나다. 그 기원은 분명히 고구려에서 비롯됐다. 그렇지만 1천500년 세월이 흐르면서 일본인들은 신사를 지키는 고마이누가 고구려개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렸다.
지난 24일 방영된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에서는 우리나라 토종개지만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천대받았던 동경개를 재조명했다. 동경개는 민족 말살 정책이 행해지던 1932년 신사 등지에서 볼 수 있는 상서로운 짐승인 고마이누와 동경개가 닮았다는 것에 자존심 상한 일본에 의해 학살되기 시작했다. 또 총독부 산하 조선원피주식회사는 1년에 많게는 50만장의 견피를 수거해 멸종위기로 내몰렸다. 수난은 삽살개도 마찬가지였다. 삽살개는 잡귀를 쫓아낸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영험한 토종견이다. 우리말로 ‘삽’은 ‘쫓는다’는 뜻이며 ‘살’은 ‘귀신 또는 액운’으로 삽살개는 ‘귀신을 쫓는 개’로 풀이할 수 있다. 그래서였는지는 몰라도 삽살개는 1948년 대한민국 건국과 함께 만들어진 초대 국새의 장식이 되는 호사(?)를 누리며 1963년 2번째 국새로 교체되기 전까지 사용됐다.
신라시대 때부터 사육된 동경개의 가장 큰 특징은 꼬리가 없다는 것이다. 동경개는 지방에 따라 ‘댕견’, ‘댕구’, ‘댕경이’, ‘동동개’ 등으로 불렸다. 동경개는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멸종 위기를 겪었지만 2005년 11월 서라벌대학에 동경이보전연구소가 설립돼 동경개의 개체수를 늘리는데 앞장서기 시작했다. 2008년엔 경주개 동경이 선포식에 이어 2010년엔 한국애견협회로부터 진돗개, 삽살개, 풍산개에 이어 한중 토종견 제4호로 공인을 받았다. 경주시는 천연기념물 지정을 위해 절차를 밝고 있다. 역사의 아니러니 속에서 핍박받다 살아남은 동경개가 제대로 대접받았으면 한다. /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