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4.27재보궐선거 결과는 민심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 현 체제와 방식으로는 안된다는 메세지를 강력하게 전달한 것이다. 한나라당이 ‘텃밭’인 분당을을 잃은 것은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데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후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며 패인을 분석했다. 성장 소외계층의 반발, 20~40대의 외면이었다.
분당을에서 출마를 준비했던 정치초년생인 장석일 예비후보는 “분당2세대인 20~30대의 표심을 잃지 못하면 ‘천당 아래 분당’이라며 전통적인 한나라당 텃밭으로 여겨지던 분당도 외면받을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지만 이를 귀담아 듣는 당직자는 아무도 없었다. 한나라당은 선거가 끝나자마자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젊은 대표론’이 급부상하면서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한나라당 참패로 막을 내린 4.27재보궐선거 결과는 적지 않은 정치권의 빅뱅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에서는 이번 선거를 통해 젊은 대권후보 반열에 오른 김태호 당선자의 정치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당선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차기 대권후보권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당내에서도 당당한 영역을 구축하게 됐다.
분당을에서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걸고 출마해 당선된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대권가도도 그야말로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 쟁쟁한 대권후보 대열에서 당당히 선두에 서게 됐다. 손 대표의 급부상으로 당장 한나라당 내 대권을 향해 뛰고 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고심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손 대표와 김 지사는 당을 달리하고 있지만 경기도지사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손 대표가 민주당 대표로 선출되고 이뤄진 대권후보 여론조사에서 김 지사의 지지도 하락이 고스란히 손 대표쪽으로 쏠리는 현상을 보아왔기 때문에 이러한 지적이 설득력을 갖고 있다. 손 대표는 이번 재보선의 최대 수혜자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선거로 정국주도권은 단숨에 야권으로 넘어가게 됐다. 분당을의 패배는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아성인 서울 동남벨트(서초.강남.송파.강동)의 수성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수도권의원들을 중심으로 내년 총선 공천 물갈이설이 나돌고 있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김해을 선거 패배로 깊은 상처를 입게 됐다. 야권 단일후보 선정과정에서 빚어진 잡음을 감안하면 친노 분열의 책임론에 직면하고 차기 주자로서의 위상도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이제 선거는 끝났다. 이긴 쪽이나 진 쪽 모두 선거에서 드러난 준엄한 민심을 깊이 헤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