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예비군이 창설된지 올해로 43년이 됐다. 그동안 예비군은 전쟁수행의 핵심전력으로 동원태세를 유지하면서 평시 향토방위 임무수행을 위한 교육훈련과 유사시 적의 도발을 격퇴하는 내 고장 안보지킴이 역할을 수행해 왔다. 태풍과 홍수 등 재해재난이 발생했을 때에도 예비군은 지역 재난극복의 핵심요원으로 성공적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나 예비군의 현주소는 ‘노후화된 장비’, ‘예비군훈련 3대 불편’이라는 수식어들이 대변하듯 열악한 수준이다. 2010년 국방예산 12조7천억원 중 예비전력 예산은 현존 전력에 투자될 예산에 의해 우선순위가 밀렸고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예비군 육성지원 예산도 각각의 지자체 전체예산 중 평균 0.0132% 정도의 예산을 지원받아 모두 232억원을 교부 받았다. 예비전력 예산과 지방자치단체의 육성지원 예산을 모두 합하더라도 300만 예비군의 전투준비와 교육훈련, 운영유지를 위한 적정 소요예산의 68% 수준에 불과하다. 열악한 국방재정 여건과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위협에 대비해야만 하는 우리의 안보현실을 고려한다면 예비군 육성지원에 대한 지자체의 인식변화가 요구된다.
예비군 육성지원이란 예비군의 임무수행 능력을 향상시키고 성공적인 임무수행을 보장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행정, 재정, 역무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 역사를 살펴보면 1989년에 폐지된 지역방위성금으로 1988년 이전까지 예비군을 육성했다. 1996년 강릉무장공비 침투사건을 겪으면서 예비군 육성지원 필요성에 대해 모두가 공감했고, 1999년 향토예비군 육성지원이 법제화되고 행정안전부 ‘육성지원 예산편성지침’이 작성되면서 예비군 육성지원은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10년 241개 지자체로부터 예비군 육성지원금으로 232억원을 교부받아 훈련시설 보강과 교육훈련 지원에 73.8억원, 전투장구류 확보에 97.3억원, 예비군부대 운영지원에 60.73억원이 각각 사용됐다.
2010년 육성지원 예산획득 결과를 살펴보면 지자체 총 예산대비 육성지원예산 점유비는 지자체별로 총 예산의 0.0018~0.145% 수준으로 작은 부분이었지만 국내외 경제여건 악화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 지자체 세수감소에도 지원해준 육성지원 예산은 향방 작전준비와 예비군 교육훈련 여건을 개선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됐다.
아이러니하게 지자체별 육성지원예산 점유비는 지자체 예산규모나 지자체 재정자립도, 지자체 육성지원 조례의 유무(有無)와는 별개였다. 지자체 예산규모가 크다고 육성지원 예산을 많이 교부해주는 것도, 지자체의 재정자립도가 높다고 육성지원 예산 점유비가 높은 것도, 지자체 예비군 육성지원 조례가 미흡하다고 육성지원 예산이 적은 것도 아니었다. 통합방위협의회 의장으로서 국가방위 요소인 예비군 육성지원에 대한 책임이 있는 지자체장과 해당 지자체 예산담당 실무자의 성향이 육성지원 예산 편성에 큰 영향을 주었다.
예비군 육성지원의 당위성은 국가안보 차원을 떠나 지역주민에 대한 서비스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우선 책임과 역할 측면에서 관련법령에 따라 예비군 육성지원 책임이 있는 지자체장이 해당지역 통합방위협의회 의장으로서 국가방위 요소인 예비군에 대한 육성지원 책임을 완수해야 한다. 둘째, 지역주민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육성지원을 활성화 시켜야 한다. 지역주민의 일원인 예비군이 열악한 시설과 훈련장 환경에서 훈련을 받고 낡은 전투시설과 장비를 사용하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지역주민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 예비군 육성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지난해 천안함 피격사건으로부터 연평도 포격도발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도발은 우리의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예상을 뛰어넘는 도발에 대비해 국가방위 요소의 하나인 예비군을 정예화해 지자체장 중심의 완벽한 통합방위 태세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예비군 육성지원은 지자체 예산의 낭비가 아니라 해당 지역과 나아가 국가안보를 위해 아끼지 말아야 할 미래에 대한 투자이다. /함정호 제55보병사단 동원참모·중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