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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엄마도 변했다?

 

작가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미국 진출을 하면서 급기야 모 정수기 CF가 그 인기에 편승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 엄마들이 다시 조명을 받는 분위기다. 가톨릭에서는 특별히 5월을 성모성월로 지내는 전통이 있다. 연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에 예수님을 기르신 어머니를 찬미하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실제로 우리도 오는 5월 8일이 어버이날이 들어있다. 평소에 무심하게 살던 자식들이 달아드리는 카네이션 한 송이에 좋아하시면서도 자식들 돈 걱정부터 하시는 우리 부모님들의 은혜를 생각하는 날이다. 요즘은 유치원에서부터 색종이로 카네이션 만들기를 가르치지만 내가 자랄 때만해도 시골에는 유치원도 없었고 카네이션도 모르고 살았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봄 소풍을 어머니날 행사로 치르고 있었다. 어머니들을 초대해 어머니 은혜를 부르는 가운데 전날 만든 카네이션을 달아 드리면서 울컥하던 기억이 지금도 아련하다. 그날도 엄마들은 도시락 준비에 바쁘셨고 먼 길을 걷는 수고를 하시면서도 꽃보다 밝게 웃으시며 모처럼의 나들이로 하루를 보내셨다.

여성이 결혼을 해서 엄마로 불리면서 많은 어려움에 부닥친다. 특히 일하는 여성이 대부분인 요즘 엄마에 의지하는 비중은 더 커졌다. 세상도 많이 변해 엄마의 삶이 겉모습은 변한 듯 보여도 자녀들의 뒷바라지와 걱정거리가 끊임없이 이어진다. 가끔 찜질방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대화에 끼게 되면 자녀 혼사 이야기와 해산바라지에서부터 육아로 이어진다. 손자들의 재롱이 예쁘기는 하지만 그도 수월치 않아 고부간이나 모녀간에 묘한 심리전이 펼쳐지기도 한단다. 며느리 보는 앞에서 행주나 걸레로 아이 코를 닦아 주라는 얘기와 할머니가 먼저 입에 넣었다가 먹이면 당장 애를 데려간다는 말을 하면서 잠시 웃음바다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어지는 말은 젊었을 때 한 푼이라도 더 벌게 해주려면 힘들어도 아이도 길러 주고 틈틈이 반찬도 날라 주고 한 번씩 집이라도 치워주고 나면 마음 편하고 이것도 주고 싶고 저것도 주고 싶다는 얘기로 끝이 난다. 한 없이 주고 싶고 당신 몫을 두고는 괜찮다는 말씀으로 일관 하시는 분들이 우리의 엄마였다.

새벽밥 짓고 얼음물에 빨래하던 시대는 지나갔어도 우리네 엄마들은 괜찮다는 말과 너희들이나 잘 살라는 두 가지 말밖에 할 줄 모르는 채 고운 옷과 취미와 그 흔한 자기계발을 주저 없이 포기하시는 그런 분들이다. 강산이 몇 번을 변해도 결코 변할 줄 모르는 사랑을 먹고 사는 우리들이 아닌가?

‘어버이 살아 실제 섬기기를 다 하여라…’는 이맘때면 늘 듣는 말이지만 누구나 여기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 아무리 많은 꽃이 피어도 이제는 찾아갈 부모님들이 안 계시다. 때 거르며 꽃 만드는 며느리가 안쓰러워 기껏 달아드린 카네이션을 어느 틈에 슬쩍 빼 놓고 가시는 팔순을 바라보는 어머니가 이제는 내가 의지하는 엄마가 되어 늘 함께 계시다.

정진윤 시인

▲ 가평 출생 ▲ 한국 문인 협회 회원 ▲ 한국 작가 신인상 수상 ▲ 가평 문학상 수상 ▲ (現)가평 문협 사무국장 ▲ 플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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