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종시로 이전하지 않고 잔류하는 부처와 위원회를 모아 과천청사로 옮기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경기도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당초 경기도는 과천청사 활용방안으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를 희망해 왔다. 도는 지난해 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조성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본격적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전에 나섰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대기업과 연계해 구축되고 해외연구인력도 도입하는 만큼 도는 정부청사가 이전하는 과천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적지로 내세웠다. 도는 이를 위해 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과학벨트 핵심 시설인 ‘중이온 가속기’를 관악산에 배치하는 내용의 타당성 용역을 계획했을 만큼 구체적이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수도권을 배제키로 결정함에 따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가 무산됐다. 도는 앞서 지난해 8월 과천청사 부지 67만5천여㎡를 교육과 R&D중심지역으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대 등 국내외 명문대를 유치하고 R&D단지를 조성한다는 구상이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과천청사 부지에 조성해 달라고 정부에 제안한 것도 이런 맥락이었다. 비록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유치가 무산됐어도 도는 과천 정부청사를 과학기술 R&D단지 조성 등 국가 미래성장동력으로 만들자는 안을 내고 이를 계속적으로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경기도가 3일 밝힌 내용을 보면 정부가 여성가족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세종시로 이전하지 않거나 건물을 임차해 사용 중인 5부 19위원회를 모아 과천청사로 들여보내는 안을 비밀리에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국무총리실에 과천청사 대책협의회가 꾸려져 논의를 하고 있지만 아직 활용 방안이 정해지지 않았으므로 어느 부처가 들어올지 등을 정할 단계가 아니다”며 경기도의 이같은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도는 “5부 19위원회가 사용할 건물규모는 2만2천294평으로 인원은 2천495명”이라며 “이는 과천청사 건물 전체 규모의 63%에 해당한다”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고 있어 정부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이 개발을 제한하는 법규의 중첩규제로 고통받고 있는데다 ‘역(逆)차별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러한 잔류부처 과천청사 배치안이 경기도의 자존심을 상당부분 건드린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김문수 지사도 이러한 내용을 보고받고 “경기도를 무시하는 것이냐. 세종시와 비교해봐라. 세종시는 없는 것까지 끌어다 대고 있는데 이렇게 차별대우를 할 수 있느냐”고 화를 냈다는 얘기도 들린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만 해도 경기도가 최적의 입지조건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결론은 지방균형발전이라는 단순논리에 밀려 무산됐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잔류부처 과천 정부청사 입주설은 가뜩이나 불편한 경기도의 심기를 자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