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수원에도 소극장이 생겼다.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신풍초등학교 앞에 있는 레지던시(창작마을) 건물 지하에 지난달 27일 수원시민소극장이 개관된 것이다. 건평 70평, 객석 110석 규모로 아담한 이 소극장은 수원시가 예산 일부를 지원했고 극단 성 대표인 연극인 김성열 씨를 비롯한 지역 연극인들이 직접 실내에 페인트를 칠하는 등 공연장을 꾸몄다. 소극장의 객석은 지인들의 십시일반 모금으로 마련됐다. 각 의자마다 성금을 낸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어 더욱 의의가 크다. 수원시민소극장 만들기를 주도한 김성열씨는 그동안 지역에서 가장 많이 소극장을 만들었던 사람이다. 이제 50대 후반으로 20대부터 10년에 한번 꼴로 소극장을 만들고 그의 표현대로 ‘말아 먹은’ 인물이다. 수원에도 수원시민소극장 말고 또 하나의 소극장이 있다. KBS드라마센터 안에 있는 소극장이 그것인데 지역연극인들을 위한 배려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1년에 한번 수원화성국제연극제 공연장으로 쓰이거나 서울 극단들의 상업적인 연극 무대로 쓰일 뿐이다. 수원시민소극장이 소중한 것은 이제 수원의 연극인들이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만만치 않은 대관료에 주눅 들지 않고 마음껏 연극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수원에는 5~6개의 극단이 왕성한 활동을 했던 시절이 있었고 민간 소극장도 3~4개나 있었다. 그러나 모두 운영난으로 문을 닫고 무대를 잃은 지역연극 역시 침체기로 접어들었다. 이번 수원시민소극장 개관과 함께 즐거운 일이 또 하나 있다. 이곳에서 수원시민극단의 첫 작품 ‘선각자 나혜석’ 공연이 열린 것이다. 수원시민극단은 지난해 12월 인터넷으로 참가자를 모집한 아마추어 극단이다. 연극배우를 꿈꾸는 고등학생부터 직장인, 전업주부, 공무원 등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 30여명이 올 1월부터 행궁동 주민자치센터에서 땀을 흘리며 연습을 시작해 이날 공연을 가졌다. 비록 아마추어라서 연기는 서툴렀지만 열정은 직업배우 못지않아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앞으로는 화성 성내 골목길 사람들의 삶 등 지역의 이야기를 소재로 연극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힌다. 지난해 수원화성 국제연극제에서도 시민과 학생들이 만든 연극이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은바 있는데 앞으로 더 많은 시민들이 연극에 관심을 가져 시민극단이 마을별로 하나씩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시민들의 문화의식은 이렇게 향상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