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개봉한 영화 ‘적과의 동침’은 한국전쟁 당시 평화로운 시골마을 석정리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배세영 작가는 한국전쟁 당시 외할머니가 겪었던 이야기를 듣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한다. 영화는 6·25 당시 시골마을이 배경이다. 구장 손녀딸 설희의 결혼을 앞둔 석정리는 온 마을 사람들이 잔치 분위기로 들떠 있다. 잔치를 앞둔 어느 날 라디오마저 잘 안 나오는 이 외진 마을에 인민군이 쳐들어온다. 마을 사람들은 살기위해 인민군에 협력한다. 그러나 인민군 장교 정웅은 전쟁에는 관심이 없다. 여기에 복선(伏線)이 깔린다. 설희와 정웅이 이미 오래 전에 만나 가슴 아픈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영화는 순박한 마을사람들이 방공호 유치작전에 나서는 등 아이러니컬한 상황으로 전개된다. 특히 엔딩 크레딧에선 배세영 작가의 실제 외할머니가 인터뷰에 나서 리얼리티를 더한다. 석정리는 서해안고속도로 서평택 나들목에 위치한 마을이다.
‘적과의 동침’은 지난 2005년에 개봉한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을 연상케 한다. 한국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인민군과 양민이 한편이 된다는 점에서 기본 줄거리가 유사하다. 하지만 한국전쟁이라는 사실에 판타지를 덧입힌 ‘동막골’과 비교할때 ‘적과의 동침’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다른 길을 간다.
6·25 60주년이었던 지난해 개봉한 영화 ‘작은 연못’과 ‘포화 속으로’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작은 연못’은 미군의 영동 노근리 양민 학살사건을, 그리고 ‘포화 속으로’는 인민군과 맞서 싸운 71명의 학도병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국전쟁의 장진호(長津湖) 전투를 3D로 담아내는 제작비 1억달러 규모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혹한의 17일(17 Days of Winter)’이 올 겨울 한국에서 본격 촬영에 들어간다고 한다. 감독은 ‘진주만’과 ‘토탈리콜’, ‘후크’ 등에서 특수효과를 맡았던 에릭 브레빅이다. 장진호 전투는 1950년 11월 27일부터 2주간 미 해병 1사단이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개마고원 장진호에서 중공군 7개 사단, 12만명에 포위돼 전멸 위기를 겪다 탈출에 성공한 작전이다. 이로 인해 중국군의 남하가 몇 주 지연돼 국군과 유엔군, 북한 피란민들의 흥남 철수 작전이 가능했다.
이처럼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쟁영화가 계속해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흥행을 의식한 나머지 지나치게 희화화(戱畵化)해서는 곤란하다. 가슴 뭉클한 감동은 진실을 여과없이 전달할 때 배가(倍加)되는 법이다. /안병현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