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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천시의 장사시설 유치경쟁을 보며

참으로 이상한 일이 생겼다. 혐오시설이자 기피시설로서 건립 때마다 지자체와 해당지역 주민들 간의 첨예한 갈등이 발생하곤 했던 장사시설, 즉 화장장, 납골당, 장례식장을 서로 유치하기 위해 마을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믿을 수 없는 얘기는 이천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실이다. 본보 보도(5일자 21면)에 따르면 서로 자기 지역이 화장장 유치에 적당한 장소라며 다투어 유치작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금까지 6개 마을이 후보지로 신청했다니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원래 이천시는 시립 장사시설 입지 후보지를 공모하면서 주민들이 기피할 것이라는 우려를 했었다고 한다. 예상은 빗나갔다. 장호원읍 노탑2리, 부발읍 죽당1리, 부발읍 고백1리, 설성면 자석2리, 중리동 단월1통, 신둔면 용면리 등이 적극적으로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천시는 1차 서면심사와 2차 현장조사에서 3개 후보지로 압축한 뒤 타당성 조사와 종합평가를 거쳐 올 7월까지 최종 건립지역을 선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 마을이 혐오시설인 화장장과 납골당을 유치하고자하는 까닭은 국민들의 장사시설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도 중요한 요인이지만 지역주민들이 납득할 만한 인센티브가 제공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천시는 시립장사시설 건립지로 선정되면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장례식장과 식당, 매점 등의 운영권을 주고 향후 5년 동안 30억원 규모의 주민숙원 사업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혐오시설이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고 시민이 편안하고 가깝게 애용할 수 있는 공원시설처럼 꾸미겠다는 진심어린 설득이 통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천시에는 공설묘지 4곳, 공동묘지 34곳이 있으나 이미 포화된 상태라고 한다. 그리고 그동안 자체 화장시설이 없어 성남, 충주, 제천 등 이웃 도시의 화장장을 이용해 왔다는 것이다. 지금은 전국적인 명물로서 국내 지자체는 물론 외국에서도 벤치마킹을 하러 방문하는 수원시 연화장도 처음 건립을 발표했을 때엔 지역 이의동 주민들과 대립각을 세우며 어려운 과정을 겪었다. 그러나 당시 심재덕씨가 시장이었던 수원시는 주민들과 슬기로운 협상을 이루어냈다. 그리고 심시장이 타계하자 자신의 유언대로 이곳에서 화장됐다. 무소불위 서슬 퍼런 군사독재시절이라면 몰라도 주민의 동의를 얻어내지 않고 혐오시설을 세우는 시대는 지났다. 그런 면에서 이천시의 장사시설 유치 경쟁 소식은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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