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 속의 ‘효(孝)’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인물은 누굴까? 아마도 정조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정조의 효심으로 축성된 수원화성과 아버지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 임금 자신이 묻힌 융·건릉, 용주사 등이 잇따라 연상될 것이다. 그래서 수원을 ‘효의 도시’라고 부른다.
그 수원에서 올해 어버이날을 맞아 효도화(孝桃花) 달아주기 운동이 전개됐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지난 어버이날 기념식 석상에서 염태영 수원시장은 ‘앞으로 카네이션이 아닌 한지 복사꽃인 효도화(孝桃花) 달아드리기 운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천명하기도 했다.
사실 카네이션은 지금으로부터 약 100여 년 전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소녀가 어머니를 여의고 어머니 산소에 피어있는 카네이션꽃을 달기 시작한데서 유래됐다고 한다. 비록 외국에서 건너온 풍습이긴 하지만 사랑하고 존경하는 부모님과 스승님에게 보내는 존경과 감사의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거부감 없이 수용하고 있다. 수원의 영복여중 등 일부에서는 카네이션 대신 나라꽃 무궁화를 달자는 운동을 오래전부터 펼쳐 오고 있지만 카네이션의 인기를 넘어서지는 못하고 있다.
수원시가 시작한 효도화 달아드리기 운동은 ‘효의 임금’인 정조로부터 비롯된다. ‘출천지효(出天之孝)’ 정조대왕의 아버지 사도세자는 당쟁의 희생물이 돼 뒤주에 갇힌 채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젊은 나이에 홀로 되신 어머니 혜경궁 홍씨가 환갑을 맞이하자 정조는 수원의 화성행궁에서 회갑잔치인 진찬연을 열어 드렸다. 이때 어머니에게 한지로 만든 복숭아꽃을 헌화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복숭아는 사기(邪氣)를 물리치고 불로장생을 기원하는 의미가 있는데 정조는 3천 송이의 복숭아꽃을 바친 것이다. 3천이란 의미도 천도를 먹은 동방삭이 3천년을 살았으므로 무병장수를 비는 의미라고 한다.
한지로 만든 복숭아꽃의 이름을 ‘효도화’로 명명하고 어버이날에 달아드리기로 한 것은 참으로 훌륭한 아이디어이다. 수원시와 수원시청소년육성재단 등이 펼치는 효도화 달아드리기 운동이 수원시 뿐 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산돼 우리역사를 재인식하고 정조대왕의 효사상을 계승 발전시키며 효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봤으면 좋겠다. 내년부터는 전국에서 효사상이 깃든 효도화를 부모님께 선물하는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 한다. 이 일을 수원시가 꾸준히 주도해 나간다면 효의 성곽도시 수원의 브랜드를 부각시키는 효과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