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청과 도의회가 그야말로 박터지게 싸우면 누가 이길까. 예산편성권 등 집행권한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도청이나 의결권이라는 무기를 지닌 도의회 나름대로 겉으로는 승리의 축배를 들지언정 속으로는 모두 참패라는 뼈아픈 기록을 남기게 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이 떠안게 될 것이다.
의회의 기능은 ‘견제와 균형’이라고 말한다. 의회는 집행부의 정책결정이나 예산편성 과정에서 적당히 견제해 집행부가 올바로 갈 수 있도록 균형추의 역할을 다하라는 뜻으로 풀이하고 싶다. 그러나 도의회 의원들이 지역 대표성을 갖고 있다보니 개인적인 이해관계나 지역민원과 맞물려 집행부에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거나 밀월관계를 갖는 경우도 종종 있다.
특히 정당공천제로 인한 폐해는 심각하다. 정당의 지향점에 촛점을 맞춘 정당소속 의원들이 적당한 비판기능 없이 정당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경우다. 집행부 수장과 의회 의장의 소속 정당에 따라 의회 구성원들의 찬반의사가 극명하게 구별되는 의회의 대립양상은 보기에도 거북스럽다. 결국 의원들이 정당과 지역별로 분열돼 집행부 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집행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언제나 올바르고 최선책일수는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예산을 낭비하거나 판단미스로 오류를 범함으로써 주민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라갈 경우 정책결정에 참여했던 의회도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다.
여소야대 형국의 경기도의회가 출범하고 한나라당 도지사가 포진하고 있는 경기도청과의 의사소통 부재가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본보 16일자 보도)
문제의 발단은 여당 도지사에 야당이 많은 의석을 점유하고 있는 의석분포에서 찾을 수 있다. 다수당의 의사봉 없이는 어떠한 사업도 추진할 수 없다는 의회주의에 기인하고는 있지만 이는 다분히 정치적 배경을 깔고 있다.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도의회는 구제역특위 업무보고 당시 김문수 지사의 불출석을 이유로 회의를 중단시키거나 예산 심의과정, 또 상임위 회의 절차 등에 대해서도 사사건건 도에 제동을 걸고 있다. 특히 도의회의 도 산하기관장 인사검증시스템 도입, 도의원 유급보좌관제 도입과 도의회사무처 인사권 독립요구 등 대놓고 한나라당 도지사의 감정을 건드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 모두 도민들이 보기에는 아마추어 처럼 보인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넉넉한 한나라당 도의원들에 둘러싸여 있다고 치자. 모든일이 순풍에 돛단듯 일사천리로 진행되겠지만 역사의 심판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역지사지의 정신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