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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君師父 일체가 그리워지는 5월

 

1일 근로자의 날, 5일 어린이 날, 8일 어버이 날, 11일 입양의 날, 15일 스승의 날이자 가정의 날, 16일 성년의 날, 21일 부부의 날. 이쯤이면 부모를 섬기며 자녀를 가진 젊은이들의 숨이 턱에 달만도 하다. 생신이라도 끼어 있으면 더 더욱 부담될터…. 이래서 5월을 가정의 달이라고 하는가 보다.

그제가 스승의 날이었다. 5월은 늘 회자하는 참 스승의 감동적인 스토리가 소개된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자랑스럽게 밝힐만한 은사님의 스토리가 없어 아쉽다. 학창생활이 너무 평범했거나 말 잘 듣는 모범 학생으로 말썽을 부리지도, 그렇다고 톡톡 튀는 개성이 있어 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평범한 이력은 초등학교 교사 6년이라는 세월에도 변함없이 이어졌다. 70년대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알려졌던 서울 구로동에서 초임 근무를 했기 때문에 제법 참 스승과 참 제자의 감동적 전설 하나쯤은 만들었을 법도 한데 연륜이 모자라선지, 열정이 적었던지, 얼굴이 까무잡잡했던 아이들과 함께 했던 짧은 시간만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을 뿐이다. 교대를 갖 나와 삶의 깊이도, 넓이도, 높이도 내세울 것이 없었던 부족한 모습으로 오로지 국어, 산수, 사회, 자연, 음악, 미술, 체육 등 전 과목을 교육과정에 따라 그저 열심히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하며 나름대로 애를 썼던 시절.

그러나 되돌아보면 참되고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사고의 지평을 넓혀주고 굳센 용기와 강한 신념을 불어 넣어 준 전인 교육에는 소홀했던 시간들이었기에 지난 일을 돌이켜 볼 때마다 회한의 아쉬움으로 가슴이 미어진다.

사랑했던 제자들, 그들은 어디에서, 무슨 일을, 어떤 모습으로 하고 있을까. 그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아니 기억이나 되고 있을까. 참 스승을 가진 사람이야 말로 행복하다고 하는데 나는 그런스승으로 남지는 못했다. 하지만 함께 했던 선배, 동료 선생님들의 아름답고 성스러운 일화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소중한 스승의 사랑을 나누고 싶다.

어느 숙직 날 어둠이 내리던 구로남 교정에서 선배 선생님이 들려준 일화다.

하루는 반에서 꼴찌를 도맡아 하고 있던 학생의 부모님께서 찾아 오셨다고 한다. 중학교를 보내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고 하시면서 앞으로도 꼴찌라는 이름을 계속 달고 살 텐데 차라리 지금부터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이의 사기를 위해서도 좋지 않겠냐는 의견에 옳은 것 같다는 말씀을 드렸고, 6학년을 마치고 도제로 목공소에 들어간 아이는 5년 후 훌륭한 기술자가 돼 다시 선생님을 찾았다. 선생님만큼 봉급을 많이 받고 있다며 자랑하는 어린 제자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바라보며 얼마나 감격했는지 모른다고 했다.

정년을 얼마 남기지 않으셨던 선배 선생님 한 분은 방학 때면 갈 곳 없는 반 아이들을 학교에 오도록 해서 서예를 가르치셨다. 개학 후 복도에 전시한 작품들을 보며 감탄했던 기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천차만별인 60여명 아이들의 능력을 어떻게 1개월 여 만에 이렇게 훌륭하게 키울 수 있었을까 놀라웠었다. 어진 스승의 깊은 관심과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이런 스승님이 정말 그리워지는 5월이다.

하지만 스승의 모습을 교정에서만 찾을 일은 아닌 것 같다. 맹자는 덕을 먼저 깨치고 쌓았다 해야 선생이라 했다고 한다. 덕력(德力)은 권력(權力)보다 무겁고, 금력(金力)보다 값지다고 했다. 공자께서 말씀하시되 ‘三人行 必有我師焉(세 사람이 다니는데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고 했다. ‘君師父 일체’라는 말도 있다. 임금과 스승과 어버이가 하나라는 뜻이다.

우리가 생활하는 지역사회에서, 직장에서, 가정에서, 여러 모임에서, 때로는 민원인과의 만남에서 참된 스승을 만나야 하고 또한 참된 스승이 돼야 할 오늘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진정 살맛 나는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노완호 道 장애인복지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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