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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 쫀쫀한 토론에서 민주주의는 발전한다

 

의회에서는 크고 작은 갈등이 종종 생긴다. 갈등이 있다는 것은 어찌 보면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갈등이 없고, 명령과 복종만 있는 조직이 더 문제이다. 서로 달리 생기고, 서로 다른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더구나 시민의 대표라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에 여러 관계에서 오는 관점과 생각의 차이가 드러난다.

그래서 큰 소리도 나고, 작은 소리도 나고…. 의회와 집행부 사이가 그러하고, 집행부 내에서도 부서 간, 상하간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지난번 의원들 간 조례심의 토론을 하다가 큰 소리를 하게 됐다. 서로 입장차 때문이기도 하고, 서로 의사 진행하는 방식의 차이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이 천양지차이다. 의회가 시끄럽다. 좀 더 너그럽게 하지 그랬냐. 짚을 건 짚어야해. 에이 뭘 그런 것 갖고 쫀쫀하게 등등…. 과연 쫀쫀한 일일까? 나는 이런 쫀쫀하게 보아지는 작은 일에서 민주주의를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세상을 완벽한 시스템으로, 또는 거대한 구조물로 파악하면서 자신을 아주 미미한 존재로 보고, 자기가 느끼는 감정을 쫀쫀한 것으로 치부해버리곤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작은 일에 담긴 우주를 볼 줄 알 때 아주 작은 일이라 해도 온 정성을 다할 수 있고, 그 정성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 생각한다.

‘일미진중 함시방(一微塵中含十方)’. 한 개의 티끌에 열 가지 방향의 세상 일이 담겨있다는 말이다. 나의 일상 하나하나가 세상사이고, 세계의 주요한 활동이다. 이걸 안다면 세상에는 쫀쫀한 일이 없는 것이다.

집에서 나는 아이들에게 자주 혼난다. 엄마가 못한 것을 아이들은 지적한다. 내가 “너도 저번에 그랬잖아?”라고 했다가 “엄마는 지금 이 행위에 대해 이야기 하는데 왜 지난 일을 갖고 변명을 해?”라는 폭탄(?)을 맞는다. TV프로그램 선정을 위해 토론하다가 아이들 논리에 말문이 막힌다.

아이들은 나와 이런 사소한(존쫀한) 것에 대해 토론을 하면서 자기 생각을 정립해나가고 당당해져 간다. 딸 애들이랑 얘기하면서 느끼는 두 가지 감정. ‘버릇없네’와 ‘당당하다’. 이런 감정이 생기는 일이 많아지는 것이 민주주의의 발전 아닐까? 누구든 자기 생각을 나이나 지위 등 어떤 장애도 받지 않고 표현하고 그것에 감정을 내지 않고 토론할 수 있는 것. 이게 민주주의 아닐까?

여기저기서 서로 다른 의견들이 드러나고, 얘기되고, 토론 되고, 그래서 서로 생각이 바뀌고 다시 나뉘고…. 이렇게 사람들은 모두 다른 색깔로 자신을 드러내고 자신을 만들어나가는 게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 어느 교수의 말이 생각난다. “차이가 편하게 드러날 때 우리 삶이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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