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연구기관인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는 전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물이 부족한 정도를 파악한다. 강우 유출량을 인구수로 나눠 1인당 물 사용 가능량이 1천㎥ 미만은 물 기근국가, 1천㎥ 이상에서 1700㎥ 미만은 물 부족국가, 1700㎥ 이상은 물 풍요국가로 분류한다. 이 연구소에 의하면면 한국은 물 부족국가에 해당한다. 갈수록 물사정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는 연간 강수량이 세계 평균인 973㎜보다 많은 1천283㎜이지만 국토의 70% 정도가 급경사의 산지로 이루어져 있고 강수량의 대부분이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내림으로써 많은 양이 바다로 흘러간다. 또 높은 인구밀도로 인해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2%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은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지만 머지않은 기간에 물 사정은 그리 좋지 않게 될 것이라는 경고로 들린다.
그러나 지구촌은 이미 물 부족에 따른 폐해가 심각한 수준으로 전개되고 있다. 물 부족과 오염에 의한 사망자는 전쟁에서 사망하는 사람 수의 10배 이상인 매년 5백 만명에 달하며, 전 세계 약 23억 명이 오염된 물과 관련된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에서 수자원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다.
국내에서도 팔당호 물사용을 놓고 물 분쟁이 시작된 분위기다. 물을 관리하는 수자원공사와 물을 사용하는 도내 자치단체간에 비용부담을 놓고 이견을 빚고 있다. (본보 17일자 보도) 경기도내 남양주, 양평, 여주, 이천, 광주, 용인, 가평 등 도내 팔당수계 7개 시·군은 지난 1986년부터 수자원공사가 관리하는 강원도의 소양강댐이 건설된 이후 2008년 초까지 팔당 용수 사용료를 공사 측에 납부해 왔다.
그러나 이들 시군은 2008년 3월부터 지난 3월말 까지 135억원에 달하는 팔당호 용수 사용료를 수자원공사에 납부하지 않고 있다.
자치단체들은 팔당호 수질개선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데도 관리주체인 수자원공사는 수질개선 비용은 부담하지 않고 용수 사용료만을 징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다.
경기도는 이미 2008년 3월 이후 납부를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굳힌 상태다. 막대한 용수 사용료를 징수하려면 오염되지 않은 신선한 물을 공급하라는 취지에서다.
팔당호의 취수에 의존하고 있는 대다수의 수도권 주민들은 댐을 건설하고 이를 관리하는 수자원공사과 용수를 받아와야 하는 해당 자치단체간에 원만한 타협점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