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을 앞둔 공직자가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산하기관에 있을 법한 빈 자리를 알아보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할 경우 소위 끗발로 자리를 챙기는 경우도 흔하다. 이렇게 산하기관은 퇴직공무원들의 보금자리가 됐다. 이러한 경우는 전직 공무원들의 일자리를 책임져 주는 경우에 해당하지만 전관예우는 그들의 막강파워를 이용해 보자는 것이다.
퇴직한 판·검사가 마지막으로 재직한 법원과 검찰청의 사건을 맡지 못하도록 하는 ‘전관예우 금지법’이 시행에 들어갔다. 군사법원·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경찰에서 근무했던 변호사도 마찬가지로 퇴직 전 1년간 재직한 국가기관의 사건 수임이 퇴직일부터 1년간 금지된다.
이 법은 지키지 않았을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데다 우회 수임 가능성 등의 허술한 곳이 있어 미흡하긴 하지만 반사회적 병폐를 제거하려는 노력의 출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고 본다. 또 행정안전부도 변호사 출신이 아닌 고위공직자가 로펌의 고문 등으로 취직해 재직했던 기관에 관련된 사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신 전관예우’를 제한하는 방안을 마련해 곧 대통령에게 보고할 계획이라고 한다.
전관예우는 판·검사와 고위공직자가 퇴직후 로펌에 가서 변호사나 고문으로 일하면서 퇴직 전의 근무처에서 업무상 특별대우를 받는 것을 말한다. 로펌이나 대기업은 퇴직 판·검사나 고위공직자를 채용하면 쉽게 알짜 프로젝트를 따고, 민원을 쉽게 해결하는 것은 물론 비리를 덮을 수 있는 방패막이로 활용할 수 있다.
전관예우의 병폐는 로펌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국방·경제규제·정부투자기관을 비롯한 지방공기업 등 전분야에 만연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이번 ‘전관예우 금지법’과 행정안전부가 계획하는 ‘신 전관예우’에 대한 제한 대책이 로펌과 금융 등 일부 직종에 국한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공무원이 퇴직 전 3년간 근무했던 부서와 직접 업무 관련이 있는 기업에는 재취업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퇴직을 앞두고 미리 근무처를 바꾸는 일명 ‘보직세탁’으로 법을 피하고, 기업 부설연구소 혹은 그룹의 다른 계열사 비상근 고문이나 사외이사 등의 편법 취업이 성행하고 있다.
고위 관료들은 채용시험에 한 번 합격하여 평생직장을 보장받고, 혈세로 국내 대학원 진학은 물론 해외 유학까지 다녀오고, 퇴직 뒤에는 일반 국민보다 2배 이상 많은 연금을 받는 특혜를 누린다. 그러고도 퇴직 후에는 정부 기관 내 인맥을 이용해 전관예우를 받으며 거액의 보수를 챙기는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