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이 맘 놓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가정형편이 좀 나은 경우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부모가 이렇다할 수입이 없을 경우 손수 아르바이트를 통해 등록금을 마련하고 또 교재구입 등 생활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공부가 손에 잡힐리 만무다.
이러한 형편을 감안해 한나라당은 선거 때만 되면 ‘반값 대학등록금’ 실현을 공약으로 내걸은 적이 있었다. 순진한 대학생들이나 유권자들을 유혹에 빠뜨려 재미를 보기도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오리발을 내밀기 일쑤였다. 이명박 대통령도 후보 시절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폐기했다.
그런 한나라당이 ‘반값 대학등록금’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한다. 황우여 원내대표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쇄신의 핵심이 등록금 문제”라며 “대학등록금 부담을 최소한 반값으로 줄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미 반값 등록금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비주류와 소장파가 주도하는 한나라당 새 지도부가 ‘친서민 정책 1호’로 반값등록금을 꺼내 들면서 민주당과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대학들이 등록금 부담을 학생과 학부모에게만 떠안기면서 불만이 고조돼 왔다. 특히 올해는 통상 개강 직후에만 이어져 ‘개나리 투쟁’이라 불리던 대학가 등록금 투쟁이 5월이 지나도록 식지 않고 있다. 급기야 학자금 대출 상환을 고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해 ‘살인등록금’이란 용어까지 생겼다. 등록금 문제가 대학가 차원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이슈화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이 서둘러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한나라당아 꺼내 든 ‘반값 대학등록금’ 움직임을 놓고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표를 얻기 위한 표퓰리즘이란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에서 멀어지고 있는 20대 대학생층과 그들의 부모세대인 4, 50대 표를 붙잡기 위한 선심성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4.27 재보선에서 젊은 층은 물론 중산층까지 한나라당에 등을 돌린 성난 민심을 확인한 한나라당 새 지도부가 친서민 정책을 표방한 후 처음 들고 나온 것이 반값등록금 문제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재원문제에 대해선 아직 정부와 협의도 거치지 않은 상태다. 특히 재원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기획재정부는 추가감세 철회문제에 반대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나라당에 면밀한 재원확보 대책부터 마련할 것을 주문하는 이유다. 반값 대학등록금으로 다시 한번 서민의 마음을 뒤집어 놓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