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부자인가? 아니면 가난한가? 스스로 마음 가지기에 당신은 지금, 불행한가? 아니면 행복한가? 그리고 당신은 함께하고 있는가? 아니면 떨어져 소외돼 있는가?
신록과 함께 찾아든 가정의 달에 이러저러한 기념일도 많고 찾아 챙겨야 할 일들도 많다. 자연히 많은 관계들 속에서 현실생활에 부딪혀 생기는 느낌과 생각들이 많다.
가득 찬 행복감에 겨울 수도 있고, 부족한 실상에 자책할 수도 있다. 자연은 프르름 가득차는 이 계절 속에 상대적 소외를 심어 놓고 우리들에게 이를 찾도록 가르친다.
지금 하방(下防), 또는 하심(下心)을 생각해 보자. 전지전능의 힘을 기르기보다 훨씬 갖추기 어렵고 담기 무거운 아래로의 힘을…. 그 하늘을 넘고 나는 놀라운 내공을 체험해 보라. 아래로 내려 엎드림으로, 마음 가득 채워지는 행복의 뭉게구름을 타 보자.
위로 솟구치는 힘보다 아래로 침잠하는 힘, 출세가 아니라 밑으로 낮아지는 힘, 잘 나 뽐냄이 아니라 겸손으로 지긋한 힘, 사는 것이 아니라 죽어 버리는 힘. 이러한 힘들은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가난과 소외, 버림과 엎드림으로부터 시작되는 자기성찰에서 비롯되는 엄청난 승리의 힘일 것이다. 정신적이든, 물질적이든, 육체적이든 인간은 가난을 통해서 결국 자신을 챙겨보며 되새김질 하게 된다. 그러니까 인간이다.
소외 역시 마찬가지다. 소외를 통해서야 우리들은 겨우 절대적 개념들과 독대하게 된다. 홀로 돼야만 예수님이든, 석가모니님이든, 마호메트님이든, 공자님이든 또는 자기 자신과 같은 절대와 단 둘이 만나게 된다.
부족과 결핍이 오히려 우리를 스스로 찾아 성찰하게 하고 이웃을 바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지금 행복하다면, 눈에 들어 찬 현상에 포만하지 말고 그 포만 속에서 재촉하는 경고를 찾아 자신을 다시 바라봐야 한다. 지금 가난하다면, 흔쾌히 엎드려 그 추상같은 꾸짖음을 성찰해야 한다.
한 분야의 성취를 이뤄낸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살펴보면 그 이들의 지나온 길목에 숨어 있는 엎드림이 반드시 있다. 때로는 길게, 때로는 짧게 그들 인생에 결정적인 넘어짐과 엎드림이 있다. 그 시간 그들은 절대적 소외와 가난 속에서 치열한 성찰을 가짐으로 분명한 성취 동력을 가꿨던 것입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자신마저 송두리째 흔들리던 그 가난한 시간 속에서 혼자서 자신을 찾아낸 것이다. 나의 지금이 영원할 수 없듯이 내가 가질 미래는 내가 가꾸는 성찰에서 비롯된다. 지금 내게 있는 부족함, 불행함, 외로움이 어찌보면 가장 충만하고 행복한 성찰의 시간인 것이다.
그러므로 행복에 넘치거나, 혹은 가난하고 외로운 시간을 통한 황홀한 성찰을 통해 나를 만나 나를 찾아보자.
혼자서 찾아내는 정직하고 솔직한 눈으로 나를 찾아 아래로 내려가 보자. 아래로 마음을 내려 앉히자. 다 잘 될 것이다.
시인소개 : 김춘성
▲ 한국문인협회 저작권옹호 위원
▲ 국제펜클럽회원
▲ 한국가톨릭문인회원
▲ 조지훈문학상 수상 ▲ 박재삼 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