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수박은 혀를 굴려가며 일일이 씨를 발라내야 하는게 흠이라면 흠이다. 퍽퍽 베어 물고 싶지만 크지도 작지도 않은 검정 수박씨가 꼭 방해꾼이다. 수박씨 보다 작은 참외씨는 몸에서 배출되도 원형 그대로 유지된다. 그 작은 참외씨가 질기기는 대단한가 보다.
포도씨에는 영양분이 많이 들어 있다고 해서 씨를 통째로 삼키기도 한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데도 그다지 이물감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술술 넘어간다. 복숭아 씨처럼 아예 목을 넘기기 힘든 과일씨라면 몰라도 수박씨 처럼 작고 앙징맞은 씨를 목으로 넘기려고 하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씨 없는 수박을 개발하면 시원스럽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나라에서 씨 없는 수박을 개발한 이는 육종학자 우장춘(禹長春·1898~1959) 박사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우 박사는 유채와 배추과 작물의 게놈(Genome)을 분석해 세계 최초로 자연종을 합성, 1936년 도쿄 제국대학에서 농학박사 학위를 받은 인물로, 이후 ‘씨 없는 수박’ 개발로도 유명하며 1957년 5월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전신인 ‘중앙원예기술원’ 초대 원장으로 부임해 한국 농업의 부흥을 위해 일생을 바쳤다.
우장춘 박사 추도식이 20일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열렸다. 농촌진흥청 산하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은 개원 58주년을 맞아 이날 경기도 수원시 이목동 본원 우 박사 흉상 앞에서 초대원장인 우장춘 박사 52주기 추모식과 함께 개원식을 거행했다.
씨 없는 수박이라고 해서 수박 속에 씨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니라 비록 씨는 있으나 그 씨 자체가 종자로서의 구실을 못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씨없는 수박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확기가 늦어지거나 기형과실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점이 있어 현실화 되지는 않았다.
맛있는 과일치고 씨가 없는 과일은 없다. 씨가 있어야 내년에도 그 씨앗이 열매를 맺고 과일을 만들어 우리 인간에게 제공된다. 우장춘 박사가 개발한 씨없는 수박이 주변에서 찾을 수 없는 이유다.
/안병현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