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성장의 뒤안길, 절차와 결과는 공정했나. 우리는 제헌 이래 성과위주의 압축성장으로 서방경제 강국들을 초단기에 따라잡았다.
지난해 말 후발국 원조기구인 유엔개발계획(UNDP)이 한반도에서 철수했다. 또 유엔가입 19년만에 G20서울정상회의를 이끄는 개최국 좌장이 되었다. 전쟁의 폐허더미에서 개발주도 산업화와 더불어 민주화에도 성공, 이제 선진국 반열에 당당히 올라서게 됐다.
우리는 이같은 초고속 성장가도에 반칙 새치기 비리를 적당히 저지르고 끼리끼리 눈감아 주며 내 밥그릇만 챙기지 않았는지 돌이켜 보자.
신라 진평왕 때 당나라에 가서 명장이 된 설계두 장군과 재일교포가 된 유도선수 추성훈은 한국에서는 골품제도와 파벌로 인해 능력을 인정받지 못했던 인물이다. 둘이 선택한 것은 공정한 사회였다.
공정사회는 기회균등의 사회다.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다. 개천에 물이 없으면 물을 대 용이 되도록 키우는 사회다.
지금 우리사회를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회라고 볼 수 있나. 공정사회를 위해 불합리한 특권을 없애야 한다. 공직에서는 인사와 예산에서 부패유발 요인이 적지 않다. 인사가 만사다. 공직채용제도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또 행정기관이 민간에 부담을 주는 부조리한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절차가 적용되고 그 결과에 승복하는 문화를 건설해야 한다.
2010년 한국의 부패인식지수(CPI)는 178개국 중 39위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회원국 중 우리는 25위로 하위권이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 홍콩 일본 대만 부탄 부루나이에 이어 7위다.
점수로는 10점 만점에 5.4점, 10 여년 간 미증에 그치고 있다.
국민들의 인식은 어떤가. 지난해 10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조사했더니 설문대상 국민 1천명 중 54.1%가 ‘공직사회가 부패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반면 공무원들은 2.4%만이 공직사회가 부패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격차가 매우 크다.
청소년들도 다를 바 없다. 정직하게 사는 것 보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중요하다는 답변이 22%다.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처리된 부패신고는 3000여 건. 이중 300여 건이 부패사건으로 처벌됐다. 대부분 내부자들의 공익신고에 의한 것으로 내용(사건개요와 수치)이 정확하다.
선진국의 부패 인식과 부패행위 처벌을 보자. 뉴욕주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최근 250만원의 월드시리즈 입장권을 공짜로 받은 데이비드 패터슨 뉴욕주지사에 약 30배에 달하는 벌금 7175만원을 부과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패터슨이 자신의 선거 후원금으로 벌금을 내지 못하게 해달라고 선관위에 요청하기도 했다니….
또 뉴질랜드 총리는 교통질서 위반으로 범칙금을 낸 사실도 있다.
권익위 부패행위 신고 유형을 보면 관행적으로 범하기 쉬운 자기합리화 언행들이 잔존하고 있다. 업무 추진비를 지출할 때 ‘남들도 다하는데 뭐…’하는 식으로 생각하고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친절과 우정’의 표시라며 주고 받은 과도한 선물이 뇌물로 처벌되는 경우도 있다.
식사접대 등 선물은 3만원이 넘으면 행동강령 위반이다. 미국의 선물규정은 20달러 내외로 엄격하다. 사소하다고 볼 지 모르지만 초과근무수당도 정당하고 투명하게 집행해야 한다.
경조비도 5만원을 넘으면 안 된다.
최근 산림조합 중앙회의 어느 임원이 경조비 한도를 넘어 받은 금액을 일일이 돌려 주었다고 하니 본받을 일이다. 경기도청이 내건 ‘淸廉永生 腐敗卽死’ 표어를 늘 기억하고 청렴한 공직생활을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