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우다 죽은 가축을 생활주변에 적당히 땅을 파고 묻어왔다는 사실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는 위생적이어야 한다는 직업적 의식이나 나아가 법률적 적용을 차치하고라도 사회적으로나 통념적 잣대를 들이 대기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관념에 관한 문제로 봐서도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다.
축산농가는 폐가축이 발생할 때마다 법률적 과정을 거치지 않고 축산농 임의로 매몰하는 경우가 그동안 비일비재 했다고 하니 관련기관의 행정력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가를 일깨워 주고 있다. 지난해말 전국적으로 불어닥친 구제역 광풍이 사그라들기 무섭게 터져 나온 화성의 폐가축 불법매립은 희대의 가축 매몰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본보 23. 24일자 보도)
지난 주말 본보로 자연보호중앙회 경기도지부의 다급한 제보가 들어왔다. 화성의 한 축산농가 주변에 돼지 사체 일부가 밖으로 드러나 악취가 진동하고 폐수가 흐른다는 것이었다. 본보는 즉각 취재팀을 구성해 현장확인을 거쳐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화성시 양감면 사창리 한 돼지농가에서 지난해 12월중순부터 최근사이에 돼지 20여마리를 방역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인근 야산 50여㎡ 경사면에 파묶은 사실이 드러났다.
구제역 발생 이전부터 3천여마리의 돼지를 키워온 이 농가는 지난 2월16일 돼지 267마리가 구제역에 걸리거나 의심 증세를 보여 부분 매몰 방식으로 처리한 것이다. 불법 매몰한 돼지는 이날 이후 죽은 돼지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 매몰이 매뉴얼을 지켰을 리가 없다. 화성시는 본보 보도이후 즉각 현장조사를 벌여 돼지 사체를 묻은 현장에서 악취가 발생하는 등 환경오염을 확인하고 이들 사체를 매뉴얼에 따라 매몰 처리했다.
그러나 문제는 화성시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같은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축산농가의 불법매립에 대한 조사계획이나 현장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 수의사의 증언은 사태의 심각성을 일깨워 준다. “대부분의 축산농가가 폐사한 가축을 불법으로 매몰하는 사례가 암묵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축산담당 공무원들은 이를 알면서도 방치하고 있다”
구제역 발생당시 매뉴얼에 의해 매몰한 도내 곳곳의 가축 매립지에서 침출수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마당에 화성시 양감면 사창리 현장처럼 가축 불법매몰 현장에서도 여지없이 침출수가 흘러나와 환경오염 우려가 높다. 경기도는 다가오는 장마철에 대비해 이같은 가축사육농가 주변의 불법 매립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