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를 방문해 본 사람들은 알지만 대도시 인근 숲속이나 호수 등 자연에는 ‘다차’라는 시설이 있다. 이를테면 별장인 셈인데 빈부격차에 따라 호화판 별장에서부터 그야말로 판잣집 같은 초라한 집도 있다. 대부분의 다차는 조그마한 집에 작은 텃밭이 딸려 있는 농가 원두막 수준이라고 보는 게 옳다. 다차는 러시아 국민의 70~80%가 가지고 있어서 멀리 떨어져 있는 다차로 가서 농사를 지으며 전원생활을 즐긴다. 감자와 토마토, 채소와 과일을 가꾸는데 농산물은 가족이나 이웃과 나누고 남는 것은 자유시장에 내다 팔기도 한다.
본보 보도(23일자 22면)에 따르면 연초부터 크게 오른 채소값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최근 도심 주변의 텃밭과 베란다 화분을 이용해 직접 채소를 키우려는 소비자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주말농장이 도시민의 인기를 끌게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 10여년이 훨씬 넘었다. 초창기에는 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재배에 매력을 느낀 사람들이 주로 주말농장을 경작했다. 그런데 요즘은 유기농 선호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채소값에 부담을 느낀 도시민들이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일본 방사능과 중국황사의 위협을 느낀 사람들이 직접 채소를 키워 먹는 주말농장이나 가정 베란다 텃밭을 선호하고 있어 점차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수원시내 한 종묘사의 경우 지난해 대비(1~5월) 20~30% 이상 모종판매가 증가했으며, 안양의 한 종묘사도 매달 평균 10% 이상의 모종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주말농장도 인기가 상승하고 있다. 주말농장은 도시인근 산 주변과 자투리땅을 이용하고 있는데 한 가족이 5평에서 10평 정도만 가꿔도 상추와 시금치, 토마토, 오이, 고추, 배추 등 웬만한 채소는 넘치도록 풍족하게 따먹을 수 있다. 이웃에 나눠주면서 정을 두텁게 할 수도 있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자연 속에서 흙을 만지며 농사를 지음으로써 자연과 농사의 소중함을 현장에서 교육시킬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내가 직접 기른 신선한 채소를 가족들에게 안심하게 먹일 수 있다는 점이 주말농장이나 베란다 텃밭의 가장 큰 이점이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러시아의 다차처럼 주말이나 휴가를 이용해 전원생활을 하면서 채소나 과일 농사를 지어 먹는 도시민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다. 벌써 일부는 이런 생활을 즐기고 있다. 도시서민들의 주말농장을 위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할 때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