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출근을 하는데 라디오에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감사 했던 일이 있으면 문자나 전화를 보내 달라고 했다. 얼마 후 진행자가 청취자들이 보내온 많은 문자를 일일이 읽어 내려갔다. 생일, 병 고침, 결혼, 입대 및 제대, 부모님과 스승에 대한 은혜 등 크고 작은 감사의 내용을 초등학교 어린이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참여하여 함께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비록 아주 작은 일이라 할지라도 크게 감사하며 기뻐했다.
어느 아주머니 한 분은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와 다소 흥분된 말투로 감사의 내용을 말했는데 목소리로 보아 연세가 꽤 드신 것 같았다. 그 아주머니는 언제나 마음 속에 그리던 상가를 구입해 오늘 문을 연다고 했다. 나는 상가를 마련했으니 당연히 감사하리라는 생각으로 방송을 듣고 있는데 그 뒷이야기가 나를 감동시켰다. 그는 홀로 자녀들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20여년이 넘도록 노점상을 하면서 저축을 해 큰 상가를 하나 마련했다는 것이다. 진행자가 그 긴 세월 동안 특별히 잊을 수 없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비오는 날의 힘들었던 일이 기억에 남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 때가 감사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진한 감동과 함께 내 마음에 뜨거운 감사로 다가왔다.
나는 언제부터인지 돌이켜 생각하고 싶지는 않으나 아주 오래전에 힘든 삶이 시작됐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무작정 상경해 생활을 하면서 잘 나가던 직장이 하루아침에 문을 닫고 몇 군데 일터를 찾아 직장 생활을 했지만 순탄하지가 않았다. 한 때는 개인 사업을 한답시고 수선을 떨었지만 그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이 눈덩이처럼 켜져만 갔다. 그 때 역경을 내 힘으로 이겨 보려고 애를 써 봤지만 산 넘어 산이요 강 건너 강이었다. 정말 앞길이 암울하고 절망적으로 느껴졌다. 그래도 그때 한 가닥의 희망의 줄을 놓지 않고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것은 그 상황 속에서도 감사를 했던 것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지금도 그날의 아픔을 말없이 참아내며 살아온 아내와 아이들에게 감사하면서도 남들처럼 잘해 주지 못해 항상 미안한 생각이 든다.
요즘도 사람들이 모두들 어렵다고들 한다. 나라 경제가 어려워 살림살이가 어렵고 살기가 힘들다고들 한다. 그러나 진정 역경을 스스로 이겨낸 사람은 어렵다는 말을 쉽사리 하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나 누구를 탓하지 않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 믿음의 사람들이다. 그들은 희망을 잃지 않고 늘 감사하며 역경을 뛰어 넘는 사람들이다.
가정의 달 5월은 감사로 넘치는 달이다. 자녀와 부모님께 감사하고 선생님께 감사하고 부부가 서로 감사하는 달이다. 지금도 나의 삶속에 불어오는 세찬 바람은 비를 뿌리고 있지만 5월의 푸르름에 창문을 활짝 열고 기쁨의
*작가소개: 고중일 수필가
▲ 강원도 철원 출생 ▲ 방송통신대 행정학과 졸업 ▲ 수필로 등단 ▲ 문학시대 동인 ▲ 한국문인협회 회원 ▲ 경기도신인문학상, 성남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