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운데 특기할 만한 인물로는 ‘데릭 월컷(81)’이 있다. 월컷은 카리브해 동쪽 끝
자락의 작은 섬나라인 세인트루시아의 시인이다. 20세기가 낳은 대표적인 서사 시인이자, ‘서인도 제도의 지성’으로 불리는 월컷은 1992년 노벨상을 수상했다. 최근 월컷이 유명세를 탄 것은 2008년 11월 흑인으로는 최초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버락 오바마에 대한 축시를 영국의 ‘더 타임스’에 게재하면서다.
‘40에이커의 땅’이란 축시의 제목은 남북전쟁 이후 자유를 얻은 흑인들에게 1가구당 40에이커와 노새를 나눠준 데서 유래됐다. 그러나 이러한 1865년 포고령은 링컨 대통령 암살 후 무효화됐고 땅은 압수됐다. 이후 ‘40에이커와 노새’란 표현은 인종적 통합의 어려움을 뜻하는 상징적 용어가 됐다. 월콧의 아버지는 영국계, 어머니는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노예의 후손이다. 혼혈이라는 점에서 오바마와 공통점이 있다. 1979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세인트루시아는 인구 16만 명 가운데 82%가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노예의 후손이다.
2000년 중국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가오싱젠(高行健·71)이 2011서울국제문학포럼(24~26일) 초청으로 지난 23일 한국을 방문했다. 1940년 중국 장시(江西)성 간저우에서 태어난 가오싱젠은 베이징외국어대 불어과를 졸업한 뒤 번역가로 일했으며, 문화대혁명(1966~76) 기간 중 ‘하방(下放)’으로 10년의 재교육 처분을 받았다. 문화대혁명 이후 소설가가 됐으나 86년 ‘강 건너편’이란 작품이 판금 조치를 당하면서 이듬해 프랑스로 망명했다. 망명 이후 톈안먼(天安門) 사건을 소재로 한 ‘도망자’를 발표한 것을 계기로 중국 당국은 그의 전 작품을 금서로 지정했다. 소설가 이외에 극작가, 연출가, 영화감독, 미술가로도 활동하는 그는 “19세기 말 철학자 니체는 신이 죽었다고 했는데, 20세기 이후에는 거대한 상업화의 물결 속에서 미(美)가 죽었다고 생각한다”며 요즘 미의 장래를 주제로 한 장시(長詩)를 쓰고 있다고 했다.
한·중·일 세 나라 가운데 우리나라만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 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1899~1972)에 이어 1994년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75) 등 두 명의 수상자를 냈다. 월컷이 태어난 세인트루시아는 제주도 3분의 1 크기 만 한 작은 섬나라다. 최근 들어 해마다 노벨문학상에 대한 기대감은 높아지는데 아쉽게도 아직까지 수상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비록 망명객이지만 가오싱젠의 방한이 문학계에 자극제가 됐으면 한다. /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