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자살사망률이 세계 1위란다. 전직 대통령이 자살을 하고 유명 연예인이 잇따라 자살을 한다. 남녀노소, 배우고 못 배우고를 막론하고 자살행렬이 꼬리를 물고 있다. 심지어는 자살방지를 위해 앞장 서야 할 종교인들마저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대중 강연을 통해 행복과 희망을 심어 주던 ‘행복 디자이너’ 최윤희 씨도 남편과 동반 자살하여 충격을 준바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자살 공화국’이라는 불명예를 얻게 되었다. 지난 2009년 한국의 자살사망률은 10만명당 28.4명으로, 2위 헝가리(19.6명)보다 절반가량 높고, OECD 평균(11.4명)에는 3배에 가깝다고 한다.
경기개발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이슈 & 진단’은 우리나라 자살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자살은 우리나라 10대에서 30대까지 사망원인 1위이자, 40대와 50대 사망원인의 2위이다. 2008년 우리의 65세 이상 노인자살률은 77명으로 일본의 29명에 비해 2배가 넘는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외환위기 시기부터 현격한 증가세를 보인 자살률이 경기 회복과 소득증가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자료는 자살의 원인을 삭막한 무한경쟁, 가족의 붕괴, 정서적 소외감 등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자살을 ‘개인이 아닌 사회적’ 책임으로 규정하고 국가 차원의 대책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한때 ‘최대 자살국’의 오명을 썼던 핀란드는 1990년에서 2006년 사이에 무려 35.3%나 줄어들었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이 기간 중 172.2%나 증가했다. 핀란드 정부는 자살 증가로 국가적 위기의식까지 느끼고 1986년 세계 최초로 국가가 주도하는 거국적 ‘자살예방프로젝트’를 단행했다. 핀란드는 자살을 국민정신 건강의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생산노동인구를 감소시켜 국가경쟁력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인식했던 것이다.
핀란드 자살 예방 프로그램의 핵심은 자살가능자를 조기에 파악하여 빠르고 적절한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이다. 우울증이나 자살 충동 여부를 혈압이나 혈당 검사처럼 주기적으로 체크하도록 했으며 특히 사회와의 접촉을 통한 소속감과 공감대를 형성해 자살을 막았다. 우리나라도 자살예방종합대책을 실시중이지만 아직 큰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제라도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자살예방 정책이 성공을 거둔 핀란드 등의 사례를 도입해 ‘자살국 1위’ 오명을 벗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사람의 생명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