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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오산 운암중 ‘기적의 오케스트라’

‘엘 시스테마(El Sistema)’는 국가 지원을 받는 베네수엘라의 음악 교육 재단이다. 원래 음악을 위한 사회 행동으로 불렸다. 1975년 경제학자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 박사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빈민층 청소년 11명을 모아 오케스트라 활동을 시작한 것이 모태가 돼 현재는 190여개 센터 26만 명이 가입된 대규모 조직으로 성장했다. 엘 시스테마는 음악을 통한 사회적 변화를 추구한다. 마약과 폭력, 총기 등 각종 위험에 노출돼 있는 빈민가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침으로써 범죄를 예방하고 미래에 대한 꿈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을 일깨워 준다. LA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 베를린 필하모닉의 더블베이스 연주자 에딕슨 루이즈 등이 모두 엘 시스테마 출신이다.

엘 시스테마는 이제 전세계적으로 미취학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음악교육 시스템으로 정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일 학생 오케스트라 발대식을 갖고 한국판 엘 시스테마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6년 전부터 ‘한국판 엘시스테마’를 꿈꿔온 학교가 있다. 오산 운암중학교다. 운암중 오케스트라는 2005년 음악교사로 부임한 유해열(52)교사가 발로 뛰어 만든 작품이다. 유 교사는 처음 부임했을 때 자리에 앉아 채 5분도 견디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고 뭔가 다른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오케스트라 합주였다. 2005년 3월 15명으로 시작한 음악반이 자리를 잡는 데는 많은 노력과 열정이 필요했다. 악기 연주가 처음인 학생이 대부분이었다. 유 교사는 악보 읽는 법에서부터 연주법까지 하나하나 가르치고 양로원과 병원 등으로 봉사 연주를 다녔다. 아이들 밥값과 악기 구입비 등은 모두 자비로 부담했다.

어렵게 음악반을 이끌어가며 흔들릴 때마다 유 교사를 지탱해준 것은 아내 권미준(49)씨다. 피아노를 전공한 권 씨는 아이들에게 음정부터 예의까지 일일이 가르쳤다. 2009년 10월 유방암 4기 진단을 받은 상태에서도 권 씨의 노력은 계속됐다.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암 세포가 전이된 상태에서도 권 씨는 단 한 번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연습에 빠지지 않았다. 이런 부부의 노력에 아이들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유 교사 부부의 노력으로 운암중은 3월 교육과학기술부가 선정한 전국 65개 학생 오케스트라 중 한 곳으로 지정돼 다음 달 9일 오산 문화예술회관에서 첫 공연을 갖는다. 기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때 4.7㎝까지 자랐던 권 씨의 암 세포가 0.3㎝로 줄어든 것이다. 유 교사는 “아이들과 어울려 음악 연주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치료 효과도 있었던 것 같다”며 “아내는 아이들과 멋진 공연을 한 뒤 수술을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운암중 ‘기적의 오케스트라’가 큰 울림으로 널리 퍼져나가 학생 인성교육의 새로운 장을 활짝 열어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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