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나라 불교에만 남아있는 단체 수행문화가 바로 ‘안거(安居)’다, 3개월간 일체의 산문 밖 출입을 끊고 오직 깨달음을 위해 수행 정진하는 것을 말한다. 조계종과 태고종 등 불교계가 지난 17일 하안거 정진에 일제히 돌입했다. 조계종 특별선원이 있는 문경 봉암사를 비롯해 설악산 신흥사 향성선원, 구례 화엄사 선등선원 등 전국 100여개 선원과 수행처에서 2천3백여 명의 수좌스님이 정진 중이다.
안거는 동안거와 하안거로 나뉘며 각각 3개월 동안 일체의 산문 밖 출입을 끊고 하루 10시간 이상 묵언과 좌선 등 철저한 대중생활을 하는 독특한 수행문화다. 심지어 생사를 건 일대사(一大事)를 마치기 위해 장좌불와(長坐不臥), 용맹정진도 마다하지 않아 백척간두(百尺竿頭)에서 진일보(進一步)하는 비장한 정신에 비유되기도 한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마하가섭 존자에게 마음으로 전한 선법(禪法)은 보리달마 조사를 통해 중국으로 건너와 우리나라로 전해졌다. 신라 말 도의 국사가 육조혜능-남악회양-마조도일로 이어지는 법맥을 계승한 서당지당 선사를 스승으로 모시고 공부하여 선법을 받아 온 이래 수많은 선지식들이 조사의 심인(心印)을 잇고 이 땅에 선풍을 드날렸다. 불교를 억압했던 조선시대에도 선의 명맥은 면면히 이어져 마침내 경허 선사에 이르러 중흥의 기틀을 마련하고 수월 혜월 만공 한암 효봉 성철 스님 등 지난 세기의 숱한 선지식들을 낳았다.
안거에 돌입하는 모든 스님들은 앞서 각각의 선원에서 안거에 동참하겠다는 방부(房付)를 들이고 소임을 정하는 용상방(龍象榜)을 작성한다. 자신의 본래면목을 찾기 위해 집중적으로 수행하는 안거가 끝나면 공부의 경지를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서 점검하는 만행(萬行)을 떠나기도 하고, 해제철에도 참선정진을 계속하는 선원을 찾아 산철결제에 참여하기도 한다.
전국 14개 사찰이 공동 프로그램과 매뉴얼을 마련해 선승(禪僧)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안거’를 일반 불교 신자들이 집에서도 할 수 있도록 했다. 불교 NGO ‘청정승가를 위한 대중결사’가 주도하는 ‘재가안거’ 수행 결사다. 네가 바로 부처라 했다. 내가 부처라는 것을 굳게 믿고 항상 부처행으로 산다면 그 삶이 얼마나 복되고 행복하겠는가. 마음이 조용하면 몸도 편안해진다.
/이해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