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북한의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런 망신이 없다. 지난 1일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에서 김천식 통일부 정책실장, 홍창화 국가정보원 국장, 김태효 대통령대외전략비서관이 남북 비밀접촉을 했다는 것이다. 비밀접촉 자체를 비난 하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그럴 수 있다 역대 정권에서도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해 특사를 파견하고 정상회담 등을 추진해왔다. 남북 관계의 특수성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좀 다르다. 북한이 비밀 접촉 내용을 공개한 것이다. 내용도 상당히 구체적이다.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사건을 놓고 ‘북측에서 볼 때는 사과가 아니고 남측에서 볼 때는 사과처럼 보이는 절충안이라도 만들어 내놓자고 하면서 우리 측에 제발 좀 양보해 달라고 애걸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우리 측이 돈 봉투도 내밀었단다. 물론 우리는 북측의 보도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정부 관계자가 말했듯이 "비공개 접촉에서는 북한이 천안함과 연평도 문제를 시인하고 사과, 재발방지 약속을 하면 그 바탕에서 남북관계가 풀리고 그 형식의 하나로 고위급회담, 정상회담도 있을 수 있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라는 해명을 믿고 싶다.
또한 "북한이 비공개 접촉 내용과 참석자까지 공개한 것은 국제적인 관례로 볼 때 있을 수 없는 일이며 정상회담 논의를 일방적으로 폭로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는 반박에도 귀 기울이고 싶다. 그러나 만약 이게 사실이라면 참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당당하지 못한 태도이기 때문이다. 물론 북측에도 불쾌감을 느낀다. 비밀 회담의 내용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비밀을 폭로해 버린다면 앞으로 민족의 숙원인 통일을 위해 어떤 일을 함께 할 수 있을 것인가?
신뢰를 잃어버린 상태에서 상호 관계의 진전은 없다. 이번 일로 인해 남북관계는 한동안 경색될 것이다.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해 양측이 어떤 형태로든 자주 만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답답하고 화가 나는 것은 당당하지 못한 이 정부의 태도다. 뭐가 그리 아쉬운가? 정작 아쉬운 쪽은 북한이 아니던가? 만약에 정권 후반기가 되었기 때문에 국내외의 시선을 끌기 위한 ‘한탕’식 남북 정상회담이 필요했다면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특히 한심한 것은 겉으로는 대북 강경정책을 고수하면서 뒤로는 정상회담을 애걸하는 우리 정부의 이중적 자세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정략적으로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