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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칼럼] 복지와 리어카 끄는 할머니

 

허리가 ‘ㄱ’자로 꺾인 채 수레를 힘겹게 끌고 가는 팔순의 김 할머니. 시장 보는 용도로 쓰이는 작은 리어카에는 종이 박스와 신문, 책, 포장지들이 위태롭게 실려 있었다. 할머니는 여러 차례 숨을 몰아쉬며 더 어두워지기 전에 고물상에 도착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그냥 지나치려다 선심 쓰듯 같이 당기며 잠시 거들었다.

김 할머니가 이날 발품을 판 폐지 값은 2천200원. 할머니는 폐지 값이 올라 노인들 간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신문지와 책이 kg당 150원 나가고, 박스 종류는 그보다 20~30원씩 덜 받는다. 박스와 신문지 책을 합쳐 50kg은 모아야 6천500원 정도. 하루 1만 원 벌기가 버겁다.

그들 대부분은 70~80대 고령자들이고 할머니들이 대다수다. 그나마 비가 오면 공치기 일쑤다.

직접 찾아가 본 한 고물수집 업체는 폐지 줍는 노인은 10여명에 이르고, 한 달 평균 20여만 원을 힘겹게 벌고 있다고 했다. 물론 일부는 천성적으로 부지런해 소일 삼아 폐지를 줍는 노인들도 있다지만, 김 할머니와 같은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 노인복지 정책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겨울 맹추위가 가장 힘들었다는 김 할머니는 새벽 큰길을 건널 때 빨리 움직일 수 없어 교통사고 고비도 여러 번 넘겼다고 했다.

정치권이 정략적인 복지논쟁에 휘말려 있는 동안 거리의 노인들은 하루 몇 천 원의 벌이를 위해 위험한 도로 위에서 숨차게 리어카를 끌고 있다. 서글픈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인간의 수명이 100세 시대에 근접했다고 한다. 뒤집어 보면 나이가 들어도 일터로 나가야만 하는 고령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정부는 100세 시대에 맞는 국가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복지 사각지대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부양 받지도 못하면서 자식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자 인정을 받지 못하는 제도적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 우리사회의 노인 빈곤층을 해소하는 것은 시대적 소명이다. 5년 후엔 65세 이상 인구가 열 명 중 두 명꼴이 되는 초고령 사회가 된다. 노인복지를 위한 획기적 장치를 지금 만들지 못하면 새벽부터 폐지 줍는 노인들을 줄이기는 힘들다.

복지의 사전적 의미는 ‘행복한 삶’이다. 최소한의 행복한 삶을 김 할머니들도 누릴 의무가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 책임은 우리 몫이다. 복지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의 최대 이슈가 될 게 분명하다. 폐지 리어카를 끄는 김 할머니에겐 정책의 이름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다만 팔순의 나이에도 위태로운 리어카를 끌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야박할 뿐이다. 분명한 것은 복지정책은 시혜가 아닌 국가의 의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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