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등록금 공약 이행을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도심 시위가 심상치 않다.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소속 대학생과 시민들이 ‘조건 없는 반값등록금 실현’을 요구하며 지난달 29일 광화문광장에서 기습시위를 벌인 이후 계속되고 있다.
집회가 거듭하면서 학부모세대인 50대는 물론 30-40대 일반 시민까지 가세하기 시작했다. 한대련은 6.10 항쟁 24주년인 10일에는 동맹휴업도 계획하고 있다. 이러다간 3년 전 광우병 촛불사태가 재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올만하다.
이번 시위에 학부모 외에 30-40대 일반시민까지 가세한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등록금은 서민들은 물론 중산층의 생활도 위협하고 있다. 1천만원 등록금 시대의 고통은 학생과 학부모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는 깨달음이 30-40대들을 촛불집회로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등록금 문제는 세대와 계층을 뛰어넘어 공감대를 얼마든지 넓힐 수 있는 생활밀착형 의제다.
경찰은 현행법을 위반한 미신고 집회라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강경 진압은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반값 등록금 실현을 위한 국민적 열화를 법적 수단만을 고집해 막을 수는 없는 분위기다. 정치권이 적극 나서 해법을 제시해야 할 이유다.
이번 등록금 촛불시위의 불은 한나라당이 붙였다. 한나다당은 4.27 재보선 패배 이후 반값등록금 재추진을 당 쇄신의 핵심과제로 삼았다.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재원 마련 대책 없이 불쑥 꺼내놓은 데 따른 불가피한 혼선이 빚어진 것이지만 이런 한나라당을 믿을 수 없게 된 대학생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다시 나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재원마련이 포함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한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도 7일 반값등록금 문제와 관련, “6월 추경을 통해 올 하반기에 일부 반영하고 내년 신학기부터는 전면 실시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실대학 구조조정을 포함한 종합대책 마련과 대학별로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적립금을 그대로둔채 예산만 집행하는 대책은 실효성이 없다.
연간 평균 등록금 액수가 상위권(사립 20위, 국·공립 10위)인 4년제 대학의 절반가량이 전임교원 1인당 학생수 순위에서는 중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한겨레신문의 보도는 충격적이다. 등록금을 거둬 어디에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대학 스스로 밝히든지 아니면 당국에 의해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