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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중한 무형문화 지키는 장인들

“우리 솥은 한번 사가면 깨먹지 않는 한 30년은 거뜬히 쓰기 때문에 단골이 없어요. 그래도 지금도 가마솥을 찾아 주는 사람들이 있어 고마울 따름이죠.” 몇 년 전 어느 언론에서 밝힌 안성의 주물장(鑄物匠) 김종훈 씨의 심정이다.

자신이 만드는 물건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전통을 지켜나가기 위해 겪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그는 4대 100년에 걸쳐 쇳물을 다루는 작업을 해온 결과 2006년 경기도 무형문화재 45호 주물장으로 지정됐다. 대표적 주물품인 무쇠솥으로 상징되는 주물제품의 전통적 제작기술의 원형과 맥을 지켜오고 있다.

입사장(入絲匠) 이경자 씨. 경기도 무형문화재 19호인 이씨는 조선시대 마지막 입사장이었던 중요무형문화재 78호 이학응 옹으로부터 입사기술을 전수받아 안성에서 전통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입사는 금속표면을 쪼거나 홈을 판 뒤 그 안에 금속선이나 금속판을 박아 넣는 기술이다. 지극히 섬세한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한국의 대표적인 전통 공예이다. 우리나라에서 입사기술로 만든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유물로 백제의 칠지도(七支刀)가 남아 있다. 입사는 무채색의 금속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작품 하나마다 수만 번의 망치질로 아름다운 전통 문양을 쇠의 표면에 새겨야 한다.

주물장 김종훈 씨나 입사장 이경자 씨의 일은 그야말로 장인정신과 끈기, 그리고 우리 것을 지켜내겠다는 강철 같은 의지가 없이는 감히 접근조차 할 수 없다. 국가나 지방정부에서 이들을 ‘인간문화재’라고도 불리는 무형문화재로 지정해 계승보존에 노력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경자 입사장과 김종훈 주물장이 제작한 공예품과 작업과정을 볼 수 있는 행사가 11~12일 이틀간 경기도박물관에서 열린다.(본보 7일자 9면) 입사장과 주물장의 전통적 기법이 계승되는 현장을 체험할 수 있어서 교육적 효과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것을 계승 보존해 나가려는 이들의 의지와 노력에 비해 정부의 지원은 보잘 것 없다. 뿐만 아니라 중국산을 비롯해 값싼 외국제품들이 판을 치고 있어 이들의 삶은 곤궁하다. 물론 품질의 차이는 크다. 김종훈씨가 만드는 지름 80㎝ 안팎의 가마솥의 경우 중국산은 5만3천원, 김씨가 만드는 것은 23만원이라고 한다. 이 어려움 속에서도 자부심을 갖고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는 장인들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장인들의 정신과 기술이 후손들에게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좀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지원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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