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눈여겨 볼만한 시낭송 행사가 수원시내 두곳에서 열렸다. 10일 수원시 제1야외음악당에서 열린 ‘제12회 시와 음악이 있는 밤’과 11일 만석공원 제2야외음악당에서 열린 ‘제1회 신록 詩낭송 대축제’가 그것이다. 한국성우협회와 KBS 성우들이 주최·주관하는 ‘시와 음악이 있는 밤’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성우들과 뮤지컬가수, 대중가수들이 대거 출연한 호화로운 무대다. 세련되고 절제된 목소리의 성우들이 낭송하는 시를 듣고 있으면 영혼까지 맑아지는 느낌이다. 이제 시와 음악이 있는 밤은 수원지역의 대표적인 문화행사 가운데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도 천여명이 넘게 모이는 시낭송회는 없다. 또 하나의 시낭송회는 (사)한국경기시인협회가 주최하는 ‘제1회 신록 詩낭송 대축제’이다. 이 행사는 ‘시와 음악이 있는 밤’처럼 호화스럽지 않고 소박하게 치러졌다. 행사 예산에서부터 큰 차이가 났다. 그러나 유명 연예인이나 전문 성우들이 나서지 않았어도 지역민들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향토시인들이 직접 자작시를 읽고, 일반 시민들이 애송시를 낭송하는 친근한 행사가 됐다. 경기시인협회 전국백일장 입상 청소년들도 출연해 자신의 시를 발표해 박수를 받았으며 시 낭송회 중간 중간 심우만돌린 오케스트라와 수원 시니어 합창단 등 지역 음악단체들의 아름다운 하모니가 더해져 행사를 빛냈다.
이 두 행사를 모두 보고 나서 느낀 것은 앞으로 시낭송회가 더욱 자주 열렸으면 하는 것이다. 유명성우와 연예인들이 나오는 ‘시와 음악이 있는 밤’ 같은 큰 행사를 통해 시민들에게 문화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좋지만 생활주변에서 큰 돈 들이지 않고도 개최할 수 있는 시낭송 행사에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왜냐하면 감정이 메말라버린 채 단조롭고 각박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정서를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1년에 한번 하는 행사성 시낭송회가 아니라 매달, 또는 매주, 여기저기에서 열리는 일상화된 시낭송회가 필요한 것이다.
모든 문학의 모체인 시를 읽으면 메말랐던 감정의 샘물이 솟는다. 내면에 정서의 냇물을 흐르게 한다. 1970년대까지 성황을 이뤘던 ‘문학의 밤’은 많은 청소년들의 꿈과 상상력을 확장시켰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인터넷 중독에 빠져서, 혹은 야동이라고 불리는 음란물과 폭력물에 정신을 빼앗겨 황폐해진 청소년들의 정신세계를 건강하게 회복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문학이다. 다시 ‘문학의 시대’ ‘시의 시대’가 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