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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 대지산 환경축제

용인 죽전지구 단국대 캠퍼스에서 43번국도를 타고 모현면 오산리로 넘어가는 고개가 ‘대지고개’다. 본래는 ‘대치(大峙)’로 ‘큰 고개’, ‘한재’라는 뜻이었지만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대지고개’가 됐다. 지금은 4차선도로로 고개가 많이 낮아졌지만 예전에는 ‘열두 고개’로 불릴 정도로 험한 고개였다. 우마차가 다니게 된 것은 일제가 군사적인 목적으로 도로를 내면서 부터다. 그 전에는 주로 나무꾼들의 길이었다. 죽전 일대 사람들은 이곳에서 나무를 해다가 수원장에 내다 팔았다. 나무꾼들은 땔나무를 장만하러 하루에 두 번씩 이 고개를 넘어 다녔다.

2001년 4월 29일 성남시 분당구 구미동과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 경계에 위치한 대지산(380m)능 환경정의시민연대 정책부장을 맡고 있던 박용신 씨가 무거운 배낭을 짊어진 채 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산 중턱에 있는 높이 15m의 상수리나무 앞에 선 그는 마침내 결심한듯 등산용 밧줄과 소형 텐트를 짊어지고 힘겹게 나무를 오르기 시작했다. 나무 중간쯤 올라간 박 씨는 텐트를 치고 현수막을 펼쳤다. 현수막에는 ‘대지산은 살고 싶다’고 적혀 있었다. 박 씨의 17일간의 나무 위 시위는 900여년 된 고목을 베어내려는 목재회사에 맞서 높이 52m의 삼나무 위에 올라가 737일 동안 홀로 시위를 벌인 여성환경운동가 줄리아 버터플라이힐과 자연스럽게 비교가 됐다.

박 씨뿐 아니라 주민들도 적극적으로 대지산 살리기에 동참했다. 주민들은 대지산 일대에 대한 개발계획이 발표되자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지정 청원운동을 펼쳤다. 또 200여 명이 1만 원씩 약 2천만 원을 모아 대지산 중턱 330m²가량의 땅을 구입했다. 대지산 살리기 운동은 ‘내셔널트러스트’의 국내 첫 사례로 기록됐다. 19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내셔널트러스트는 국민의 자발적인 기부로 보존가치가 있는 자연 및 문화유산을 매입하는 운동이다.

이같은 노력으로 같은 해 5월 국토해양부(당시 건교부)가 대지산 일대 18만㎡를 녹지공원으로 지정, 훼손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으며, 2005년 5월에는 자연공원으로 조성됐다. 산림청은 2005년 11월 농림부, 한국산지보전협회와 공동 주최한 제1회 전국우수산림생태 복원지 선정대회에서 이 산을 대상에 선정하기도 했다.

개발사업으로부터 자연생태계를 보호하겠다는 시민과 환경단체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환경운동의 모델이 됐던 대지산 살리기 운동이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11일 대지산 생태공원에서는 용인시 후원으로 ‘대지산 환경축제’가 열렸다./이해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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